하나증권이 통신장비업체 ‘에치에프알(HFR)’의 주가 전망을 다섯 달 새 3차례나 수정해 투자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증권사 제시 목표가는 향후 1년을 기준으로 제시되는 장기적인 시각인 만큼 회사 사정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에치에프알의 목표가를 5만원에서 3만원으로 하향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2분기 실적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하반기도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에치에프알은 시가총액 3000억원대의 코스닥 중형주다.
하지만 올해 초만 해도 하나증권의 전망은 정반대였다. 하나증권은 지난 1월 26일 종전 6만3000원으로 제시됐던 목표가를 8만원으로 상향하며 “이 가격(1월 25일 기준 3만3200원)에는 급등도 가능하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올해 이익 감소 가능성을 전망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미국 AT&T와 버라이즌이 C밴드(5G 중대역) 사용 폭을 크게 늘릴 예정이어서 작년 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이 무난히 달성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에치에프알은 증권가의 주목을 받는 종목이 아니다. 올해 들어 6건의 보고서가 발간됐는데 이 중 5건이 하나증권이다. 1월 말 목표가 상향 보고서를 낸 하나증권은 2월 1일 보고서를 내 “말도 안되는 저평가 상황이 오래되기 어렵다”며 “일부 투자가의 흠집 내기가 에치에프알 주가의 과도한 저평가를 조장했다”고 말했다. 또 2월 23일 매수 보고서를 추가로 내 “매도 보다는 매수가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 달 사이에 3건의 매수 리포트를 낸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말이 바뀌었다. 하나증권은 5월 3일 상반기 실적 부진 이유로 목표가를 8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췄다. 이날 개인투자자의 소액주주 지분 모으기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결과가 도출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목표가를 3만원으로 한 번 더 내렸다. 에치에프알 소액주주들은 지분을 약 9%를 결집해 회사 측에 주주환원책을 요구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의 과도한 영업 강조 분위기가 투자자 혼돈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은 언론사 ‘베스트 애널리스트’ 등 투표에도 많은 신경을 쓸 정도로 공격적인 분위기다. 세일즈(영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기관에 영업하는 과정에서 수위가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날 에치에프알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36%내린 2만150원에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다. 올해 에치에프알을 사들인 주체는 개인으로 525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457억원 순매도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