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월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직전 2분기 연속 전기요금이 오른 데다 올여름 무더위에 냉방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이자 정부가 인상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2%대 물가’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지금과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된다고 21일 밝혔다. 전기요금 동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14일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인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최근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기록 중인 점 등을 두루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지만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은 ㎾h당 40.4원 올라 누적 인상률은 39.6%를 기록했다. 한전은 연료비 급등에 따른 적자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2분기 전기료를 ㎾h당 6.9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 2분기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그간 요금을 올린 이력과 전력 구입단가와 판매단가가 비슷해진 점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한전이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전력을 사오는 가격보다 파는 가격이 더 싼 역마진 구조는 그대로다. 한전의 4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h당 전력 구입단가에서 판매단가를 뺀 역마진은 1월 17.2원, 2월 14.5원, 3월 34원이었다가 4월 7.8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h당 51.6원으로 산정했지만 지난 1분기와 2분기를 합해 누적 요금 인상 폭은 ㎾h당 21.1원에 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하락해 지난달 3.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에너지 공공요금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 5월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년 전보다 23.2% 상승했다. 특히 전기료가 1년 만에 25.7%가량 오르면서 가계 부담을 키웠다. 전기요금 인상은 전반적인 제품 및 서비스 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전기요금이 ㎾h당 8원 인상되면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 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주택용 요금 인상에 따른 직접적 영향 외에도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원가부담 증가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간접적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3분기 전기요금 동결로 일단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은 잠시 피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6~7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조만간 2%대 물가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동결이 물가 안정에 분명한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박세환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