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자녀 1명 두면… 프랑스선 소득세 30%→ 11%로 준다

입력 2023-06-22 04:05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중학생까지 지원되는 아동수당 1만~1만5000엔을 고등학생까지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인 프랑스 인시아드의 안토니오 파타스(경제학) 교수는 지난달 15일 BBC에 “(출산·양육 관련) 투자는 정책의 효과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지원이 충분하면 아이를 많이 낳는지, 그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래도 ‘돈’은 출산율을 높이는 필요조건이라는 얘기다. 파타스 교수는 “지원이 적었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출산율이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생아 감소로 위기감을 느끼는 세계 각국은 출산 장려금과 양육비, 세제 혜택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려는 안간힘이다.

합계출산율 1.80명을 유지하는 프랑스는 ‘저출산 대응 소득세제’를 운영한다.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을 가구원 수로 나눠 부과하는 제도로, 가구원 숫자가 많을수록 세금 감면 혜택이 커진다. 이 제도에서 부부와 자녀 1명 가족은 계수가 2.5, 부부와 자녀 2명 가족은 계수가 3으로 계산된다. 소득이 연간 6만 유로인 가정은 30%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자녀를 1명 낳아 가구원 수가 늘어나면 11%만 내도 된다. 이러한 소득세 감면 규정은 ‘사실혼 커플’에게도 적용된다.

프랑스 남서부 생세베르 지역에서 7세 아이와 6세 쌍둥이를 키우는 마리 구주(28)씨는 국민일보와의 인스턴트 메신저 인터뷰에서 “6세 이상 자녀 1명당 540유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1년에 1620유로(약 177만원)를 덜 내고 있다”며 “아동수당 323유로와 가족수당 277유로도 받고 있어 양육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금전 지원도 받는다. 출산 시 소득에 따라 자녀 1명당 최대 10만1940유로를 받는다. 아동수당은 3년간 매월 184.81유로다. 가족수당은 최소 두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지원되며 매달 35.50~141.99유로를 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는 한국처럼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월하는 ‘인구 데드크로스’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경제적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4월 출산 가정에 대한 세금 혜택을 발표했다. 첫 아이 출산 시 2500유로(약 350만원)를 공제받을 수 있고, 둘째를 낳으면 7500유로가 추가로 공제된다. 셋째 자녀는 1만2500유로, 넷째는 1만7500유로로 공제액이 늘어난다.

이탈리아는 최근 6세 이하 아동수당 확대와 25세 이하 청년수당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새 정책도 내놨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아동이 6살이 될 때까지 매월 400유로의 보조금을 받는다. 소득이 9만 유로를 넘지 않는 모든 가정에 지급되므로 정부는 현재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가정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수당은 1인당 250유로가 책정돼 있다. 현재 이 계획은 이탈리아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독일은 아동수당과 ‘부모수당’을 함께 지급한다. 이 중 부모수당은 자녀를 돌보느라 일시적으로 노동 능력이 떨어지거나 일을 아예 할 수 없는 부모가 대상이다. 12개월 동안 출산 전 소득의 65~100%를 300~1800유로 범위에서 지급한다. 출산 전 일하지 않았던 부모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엔 월 150유로 또는 300유로를 받을 수 있다. 아이가 2명 이상일 땐 부모수당의 10%에 해당하는 ‘형제자매 보너스’도 나온다.

아동수당은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부모에게 매월 250유로씩 지급된다.

동아시아 국가들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된 중국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출산 장려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광둥성 선전시는 셋째 이상 자녀를 둔 가정에 자녀가 3세가 될 때까지 모두 1만9000위안(약 341만원)을 지급한다. 산둥성 동부 주도인 지난에서는 둘째나 셋째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에게 만 3세가 될 때까지 매달 600위안의 육아 보조금을 지급한다.

쓰촨성 판즈화시는 2021년 7월 중국 최초로 2명 이상 자녀를 출산한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탕중부 부시장은 정책 시행 1년여 뒤인 지난해 10월 “출생아 수가 2020년보다 1.62% 증가했고, 둘째 아이 출생은 5.58%, 셋째 아이 출생은 168.4% 급증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의료보장국은 지난 1월 임신을 시도하는 부부가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불임 치료 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로 불임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보조 생식 기술과 무통 분만 시술이 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 관련 평균 비용은 4500~5000달러다.

일본은 최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어린이 미래 전략 방침’을 발표했다. NHK에 따르면 이 계획은 고등학생까지 아동수당을 확대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0~2세는 월 1만5000엔, 3세~초등학생은 첫째·둘째 자녀 1만엔, 셋째 자녀 이후부터 1만5000엔을 받을 수 있다. 중학생은 1만엔을 받는다. 내년 10월부터 고등학생도 월 1만엔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인구 전문가들은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출산을 가로막는 사회적 요인이 함께 해결돼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젊은 부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자리 기회와 지원, 선택권이고 이 모든 것이 실현되면 더 많은 부부가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