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저비용항공사(LCC) 인디고가 에어버스에 여객기 500대를 주문했다. 항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다. 인도는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세계 여객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에어쇼에서 인디고와 여객기 A320 50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종전 기록은 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가 보잉과 에어버스에 주문한 470대다. 당시 에어 인디아는 보잉에 737맥스, 787 기종 등 220대를, 에어버스에선 A320, A350 등 250대를 발주했다.
양사는 계약금액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에어버스는 2030년부터 2035년 사이에 여객기를 인디고에 넘길 예정이다. 인도 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항공사인 인디고는 500대를 추가 계약하면서 에어버스에 주문한 항공기수가 1330대에 달하게 됐다. 피터 엘버스 인디고 CEO는 “인도 항공 시장의 성장을 봤을 때 지금이 적기”라며 “이것은 시작일 뿐 더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 항공기 추가 구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내 해외여행 수요는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인도의 해외여객 수요가 연간 7%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한다. 이는 글로벌 평균 성장률의 두 배 수준이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인 ‘아고다’의 옴리 모겐스턴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는 여행 붐을 경험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게 성장 중인 출발지”라고 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된 인도는 세계 관광업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올해 인구 14억2800만명을 기록하며 중국(14억2500만명)을 추월했다. 인도상공회의소(FICCI)는 2024년 한 해 인도인들이 해외여행에서 쓰는 비용이 연간 420억 달러(약 53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업계는 인도 여객시장이 10년 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인도 정부는 해외여행 증가세에 맞춰 공항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5년까지 신공항 건설과 기존 공항을 현대화하는데 9800억 루피(약 15조2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인도 항공사들은 신규 노선을 열고, 운항 편수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5년간 2000대 이상의 비행기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CNN 등 외신에선 인도인 관광객이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행 마케팅 업체인 체크인 아시아의 개리 보워먼 대표는 “급증하는 인도인 여행객을 유치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