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뉴스… ‘찐 뉴스’를 읽어라

입력 2023-06-23 03:06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작가이자 사회 비평가인 찰스 디킨스의 소설 ‘황폐한 집’에는 젤리비 부인이 나온다. 젤리비 부인은 자기 가족과 이웃의 고통은 보지 못하면서 아프리카 선교 사업에만 몰두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는 이른바 ‘망원경식 자선가’다. 뉴스의 생산과 소비가 넘쳐나는 오늘날, 방대한 정보를 접하느라 정작 곁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들을 놓치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미국 베일러대 영문학 박사이자 그로브시티 칼리지 조교수인 저자 제프리 빌브로는 “21세기 미디어 생태계에선 우리가 모두 젤리비 부인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뉴스는 소셜 미디어 피드나 유튜브, 더 나아가 방송 뉴스의 첫 꼭지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충고다. 빌브로 교수는 ‘월든’과 ‘시민 불복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인용해 쏟아지는 뉴스를 분별력 없이 따라가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저자는 “그들은 주의력이 분산돼 점차 정신적 소화불량에 걸리고 집단 사고에 취약해지며 정서적 감수성이 왜곡된다”고 진단한다.

소로는 이를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대하고 보호자가 돼주자고 말한다. 어떤 대상과 주제에 관심을 둘지 주의하며 “시대(the Times)를 읽지 말고 영원한 것을 읽으라”고 권한다. 더 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 일간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빌브로는 “당대의 문제를 무시하거나 회피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분노가 아닌 사랑으로, 망원경식 도덕성이 아닌 구체적 행동으로, 쓰라린 마음이 아닌 기도”로 공동체를 위한 뉴스 읽기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빌브로 교수는 지극히 원자화된 현대사회가 분별없이 기사를 소비하는 이유로 외로움을 꼽는다. 뉴스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하고 주목하는 것은 이런 외로움의 치료제가 될 수 없고 오히려 공동의 결속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디지털 공론장 바깥에 뿌리를 두고 기독교적 가치관에 근거해 시사 문제를 알아가고 대응하라”고 말한다. 또 “24시간 돌아가는 뉴스 매체가 아닌 하나님 나라에 따라 시간을 파악하도록 훈련하라”고 조언한다.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르게 뉴스를 소비하도록 돕는 실천적 관점을 제시한다. 어떤 뉴스에 주목할지, 어떻게 시간을 파악하고 경험할지, 그리고 어떻게 공동체에 임할지에 대한 통찰력과 분별력을 갖추자고 말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뉴스를 통해 지역 사회를 섬기고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