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된 후 선배 목회자에게 많이 듣던 말씀 중 하나는 교회 성장을 위해서 성도들을 교회에 잘 정착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최근에 여러 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교회에 온 성도들이 잘 정착하도록 돕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만약 그런 노력이 교회가 연못과 같은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조심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연못은 어떤 곳입니까. 연못의 꿈은 그곳에 들어온 물고기가 어떻게든 빠져나가지 않고 새끼를 많이 낳아 연못이 풍성해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연못의 모습이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교회의 모습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더 크고 깊고 넓은 연못에 물이 가득하고 수많은 물고기가 사는 그런 곳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연못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물에 맞는 물고기만 모여 산다는 것입니다.
교회를 생각합니다. 지금 교회가 맞이한 큰 도전 중 하나는 다양화된 세대입니다. 이전에는 30년을 한 세대로 보았는데 지금은 10년 정도로 세대가 분화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봐도 얼마나 다양한 세대와 문화가 공존하는지 모릅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경험한 70대 이상 보수적 세대, 근면하고 성실한 60대 베이비붐 세대, 이전과 전혀 다른 문화를 가졌다는 40~50대의 X세대, ‘욜로(YOLO)’를 외치며 사생활을 중시하는 30대의 Y세대, 스마트폰과 유튜브로 대변되는 10~20대의 Z세대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세대가 같은 시대와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 다양한 세대를 향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혹시 큰 연못 같은 교회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 다양한 세대를 한꺼번에 다 담으려고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얼마 전 신학대학원 학생들과 만나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교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오늘날의 교회는 연못이 돼야 할까, 아니면 계곡이 돼야 할까’였습니다. 후배 목회자가 대면하고 있는 젊은 세대와 새로운 교회에 대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교회는 연못을 넘어 계곡이 돼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교회는 연못이었습니다. 그래서 목회자들은 한 번 교회에 등록한 성도를 잘 정착하도록 도왔고 혹시라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뒷문을 막는 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런 노력이 우리에게 많은 열매를 남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교회는 계곡이 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지역 교회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특히 MZ세대와 그 이후의 세대가 이루는 교회는 끝없이 흐르는 계곡물과 같습니다. 만약 교회가 계속해서 우리만의 연못을 만들어놓고 그곳에 모든 세대를 다 담겠다고 한다면 그 물에 MZ세대와 그 이후 세대는 살지 않을 것입니다.
연못은 고여 있지만 계곡은 계속해서 새로운 물이 흘러오고 또 있던 물은 흘러갑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물이 고이면서 그곳만의 웅덩이를 만들고 그곳에 맞는 물고기가 머뭅니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계곡으로서의 교회가 되지 않으면 점점 다양해지는 세대를 품는 선한 부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시간 이 땅에 수많은 부흥을 주셨던 주님의 은혜가 새로운 세대와 문화 가운데서도 선하고 아름다운 부흥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신도배 서울드림교회 목사
◇서울드림교회는 신도배 목사와 김여호수아 목사가 공동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감동케 하는 예수 공동체’라는 비전을 품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존재하는 주님의 교회를 이루기 위해 힘껏 달음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