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 입시를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상황은 매우 어색한 일이다. 테이블에 오른 이슈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①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없애자. ②그것을 매개로 카르텔화한 사교육 구조를 혁파해 연간 26조원이나 되는 사교육비를 줄이자. 최근 수능 모의평가에서 여전히 킬러 문항이 출제되자 정부가 이를 배제한 ‘공교육 수능’을 강조하면서 이슈화했는데, ①과 ② 모두 야당이 주장해온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초고난도 수능 문항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고, 같은 당 강민정 의원은 ‘킬러 문항 금지법’까지 발의했다. 사교육 축소 역시 문재인정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줄곧 외치던 것이니 공방전의 소재가 되기 어렵다. 의견이 달라야 논쟁이 성립할 텐데, 여야는 지금 같은 주장을 하면서 논쟁을 넘어 정쟁을 벌이는 희한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싸울 거리가 아닌 걸로 싸우는 탓에 숱한 말을 쏟아내지만 알맹이가 없다. 킬러 문항을 어떻게 하자거나, 사교육 문제에 이렇게 접근하자는 식의 구체적인 얘기 대신 가시 돋친 말만 잔뜩 늘어놓는다. “한국 교육의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대통령”(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 “약은 약사에게, 수능은 출제위원에게”(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이에 맞서 여당은 “대통령은 입시 비리를 숱하게 수사한 입시 전문가”(박대출 정책위의장)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말꼬리 정쟁의 악순환에 일조했다. 공교육 수능과 사교육 축소라는 정책 방향은 옳다. 여야도 모두 동의하는 것이니 지금 필요한 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수능의 수험생과 교육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하는 일인데, 우리 정치는 거꾸로 혼란을 증폭시키는 막말 싸움판을 벌이고 있다.
국익이 걸린 외교·안보를 정쟁의 영역에 끌어들인 후진적 정치는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입시마저 정쟁화했다. 교육은 결코 정치적 수단이 돼선 안 되는 백년대계다. 백해무익한 싸움을 당장 멈추고 아이들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늉이라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