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천진난만하지만 잔인한 캐릭터 표현했어요”

입력 2023-06-22 04:07
영화 ‘귀공자’에서 마르코를 쫓는 미스터리한 인물 ‘귀공자’로 분한 배우 김선호가 열연하고 있다. 영화사 금월·스튜디오앤뉴 제공

언뜻 보면 호감형에 깔끔한 인상을 주는 남자다. 슈트를 입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이 남자는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내며 무섭게 한 사람만 추격한다. 어디서도 보지못한, ‘깔끔하게 미친’ 독특한 캐릭터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귀공자’는 광기 가득한 추격자 귀공자(김선호)와 ‘쫓기는 놈’ 마르코(강태주), 맹수같이 잔인한 한이사(김강우)와 윤주(고아라)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다. 고속도로를 냅다 달리기도 하고 카체이싱 액션도 볼거리다.

필리핀에 사는 코피노(필리핀인과 한국인 혼혈) 마르코는 복싱 선수 출신이다.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 경기장을 전전한다. 어느 날 한국에서 친부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를 만나러 한국에 도착했지만 미스터리한 인물 귀공자에게 영문도 모른채 쫓긴다.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한다.

러닝타임 내내 마르코는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귀공자는 어느 순간 웃으면서 또 눈앞에 나타난다. 마르코의 배다른 형인 한이사는 아버지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마르코를 쫓는다. 윤주 역시 마르코를 뒤쫓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세 명 중 가장 무서운 건 항상 “나야. 친구”라고 부르며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귀공자다.

귀공자는 마르코를 무섭게 쫓을 때도, 싸움할 때도 항상 고급 정장 슈트를 멀끔히 차려입는다. 전력 질주하며 추격하는 와중에도 머리카락이 헝클어질까 봐 손으로 쓸어 넘기며 정리한다. 여유가 넘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이 추격전을 ‘놀이’처럼 즐긴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 ‘귀공자’에 출연한 배우 김선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영화는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영화사 금월·스튜디오앤뉴 제공

영화는 ‘마녀’ 시리즈와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 김선호에겐 스크린 데뷔작이다. 2021년 불거진 사생활 논란 이후 복귀작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귀공자에겐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있는데 그의 잔인함을 웃으면서 표현했다”면서 “대본에 적힌 ‘콜라를 맛있게 먹는다’ ‘웃음을 짓는다’ 등의 지문을 보면서 어떤 웃음소리를 낼지 말투는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평소 박 감독의 팬이었기에 대본을 보기도 전에 출연 제안을 수락했다. 영화에 처음 출연하면서 스스로 ‘내가 이제 영화에 써줄 만큼 실력이 늘었나?’ 싶은 마음에 설렜다고 했다. 액션 장르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나에게도 이런 역할이 왔구나’하며 욕심도 났다고 회상했다. 김선호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위트 있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배우가 누아르로 무게감 있는 연기만 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다”며 “(대본에) 킬러로서 귀공자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과 위트가 적절히 섞여 있는 걸 보고 누아르 같은 장르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귀공자’에 대해 “박 감독의 영화 중 제일 어렵지 않고 쉬우면서 해피엔딩”이라며 “누아르 액션, 추격 장르의 ‘청불(청소년 관람 불가) 오락영화’로 봐 달라”고 소개했다. 상영시간 118분.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