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계열 대학인 성공회대에서 전국 대학 최초로 동성애 옹호 행사인 ‘퀴어 퍼레이드’가 열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미션스쿨이 시초인 대학이 ‘최초 개최’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는 사실이 생경하다 못해 기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성공회대 학생들로 구성된 인권위원회와 학부 학생회·학회 등 5개 학내 단체는 20일 교내에서 ‘미니 퀴어 퍼레이드’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었습니다.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던 퀴어 행사의 대학 축소판이라고 할까요. 주최 측은 행진에 앞서 올해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를 규탄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여러 언론에 보도됐는데 일부에는 “대부분 학생은 퀴어 퍼레이드를 반대한다” “성공회대 학생들을 욕 먹이지 말라”는 식의 부정적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행사 개최 전 학내에서 나온 잡음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행사는 당초 지난 1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됐습니다. 주최 측은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성 소수자 혐오 글이 수백개가 올라와 개최를 연기했다’는 식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학내 행사이지만 학생 구성원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때 열리지 못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이 행사를 반대하는 학생 목소리에 ‘논란이 예상되는 행사는 보류하고 의견을 수렴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김 총장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사 반대와 관련한 학생 이메일을 100개 정도 받았다”며 “진지한 문제 제기였고 저 역시 공감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행사 자체를 반대한 건 아니며 협의 절차 미흡 등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성공회대는 일반 종합대학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성직자 양성과 영성 훈련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션스쿨이 그 시초입니다. 1994년까지 신학대학이라는 교명을 사용했고 총장은 줄곧 성공회 신부가 맡고 있습니다. 대학 신학과는 기독교문화전공으로 변경됐지만, 신학대학원에서는 여전히 성직자 후보생을 길러냅니다.
교파가 다르더라도 기독교는 성경의 권위를 최우선 하면서 절대적 규범으로 삼습니다. 한 청년부 목회자는 “공의가 사라진 상태에서 사랑을 외쳐봐야 그건 방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성애자를 하나님께 돌아오도록 해야 하지만 동성애 인정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시대와 유행에 따라 가치관이 바뀐다면 성경을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는 한 문화 사역자의 탄식도 곱씹어봐야 할 때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