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인력 늘리고 기술유출 범죄 전반으로 수사범위 확대”

입력 2023-06-22 04:05

“기술경찰의 수사인력을 증원하고, 수사범위도 기술범죄 전반으로 확대해 수사의 사각지대를 없애겠습니다.”

취임 1년을 맞은 이인실(사진) 특허청장은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유출 차단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검찰 등 다른 기관과의 공조 강화뿐 아니라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청장은 지난 1년을 지식재산 정책을 국정어젠다로서 이끌어 낸 기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세안·중동·남미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특허청의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분야는 초격차 확보뿐 아니라 핵심기술 유출을 예방하는 성과까지 거뒀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시행한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는 초격차 확보를 위한 발판이 됐고, 반도체 퇴직인력을 심사관으로 채용하며 핵심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도 막을 수 있었다.

이 청장은 “특허청의 정책은 정부의 반도체 지원 관련 정책 중 가장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며 “국정원·검찰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사범을 검거하는 성과도 거뒀다”고 설명했다.

날로 증가하는 기술유출 범죄는 특허청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8~2022년 총 93건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이 발생해 25조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청장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기술경찰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20명인 기술경찰의 수사 인력을 30명까지 늘리고 수사범위를 기술범죄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또 영업비밀 국외 유출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혁신기업의 기술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기획·인지수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 말에는 기술탈취 방지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청장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지식재산범죄수사지원센터’를 만들어 기술경찰·상표경찰의 수사를 지원하고 과학수사 기능을 보강할 것”이라며 “국정원·검찰·경찰뿐 아니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및 인터폴 등 국내외 수사기관과 기술범죄수사 공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기술유출 범죄가 국가의 경제·안보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만큼 관련 범죄의 형량 역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이 청장은 역설했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제안서를 제출했다. 만약 특허청이 제안한 기준으로 정비된다면 국내유출은 징역 8개월~2년에서 1년~3년으로, 해외유출은 1년~3년6개월에서 2~5년으로 영업비밀 침해죄의 권고형량이 각각 상향될 전망이다.

이 청장은 “기술유출 범죄는 피해 규모의 입증이 어렵고 조직적인 범죄가 많다”며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경우 형량을 가중하고, 내부비리 고발자는 감경하는 등 적합한 형량이 선고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차전지·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전문심사관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의 혁신에 대한 공정한 보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직무발명 제도를 개선해 연구자에게 공정한 보상과 분배가 이뤄지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유망기업의 기술사업화 및 수출 지원을 위해 기술중개시장을 활성화하겠다. 또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의 기능을 강화해 기업들이 현지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때에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