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낯선 탈북 작가 “장로교는 뭐고 침례는 뭡네까?”

입력 2023-06-22 03:03
김주성 작가(맨 오른쪽)가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전시공간에서 열린 ‘북에서 온 작가들의 책 북토크’에서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제공

“도무지 뭐이가 이해 안 된다. 장로회는 뭐고 침례는 뭐인고.”

재일조선인 3세로 북한에서 30년 가까이 살다 2008년 탈북한 작가 김주성씨가 한국교회를 보며 느낀 단상이다. 하나원에서 교회를 열심히 다닌 그는 관계자에게 “나중에 무조건 장로회가 적힌 교회로 가라”는 조언을 듣는다. 생소한 용어에 당혹감을 느낀 김씨는 하나원 퇴소 후 이내 혼란을 겪는다. 동네 장로교회 옆에 침례란 명칭의 교회도 있어서다. 교파의 존재를 처음 접한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남한엔 문학도 좌우가 나눴다더니, 교회도 교파로 갈렸구나.’

북한이탈주민은 한국교회의 어떤 모습을 낯설게 느낄까.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이사장 김지철 목사)이 20일 개최한 ‘북에서 온 작가들의 책 북토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이날 ‘한국이 낯설어질 때 서점에 갑니다’ 저자로 20여명의 독자와 만났다. 북토크는 탈북민 자조(自助)단체 ‘꿈꾸는 동행’ 활동가인 이민씨가 사회를 맡았다.

김씨는 하나원에서 예배를 드리다 기독교에 호감을 느꼈다. 설교 중 ‘믿음이 있으면 지옥 같은 곳이라도 내 길이 보일 것’이란 깨달음을 얻어서다. 매주 정장을 입고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키운 그는 하나원에서 나온 후 한 장로교회를 찾았지만 낯설기는 매한가지였다. 새 신자 소개 시간에 수백 명의 성도가 자신을 일제히 주목하자 거부감을 느낀다. 자신을 ‘새 가족’으로 부르면서도 정작 병문안조차 오지 않는 목회자에게 실망해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인근 침례교회를 출석해 탈북민 여전도회를 이끌 정도로 열심을 보이지만 고비는 또 찾아왔다. 신앙이 부족하니 주중 예배를 한 번 더 드리라는 제안을 받고서다. “교회는 주일만 가는 줄 알았는데 주중 예배 참석 제안을 듣고 주민들이 모여 상호 비판하는 북한의 ‘생활총화’가 떠올랐다.” 큰 소리로 기도하는 ‘통성기도’, 참가비를 주면서 예배 참석을 종용하는 일부 교회의 문화에도 이질감을 느낀다.

기독교 문화에 낯섦을 보이는 건 김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를 맡은 이씨는 “북한이탈주민은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이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문화 충격을 받는 사람도 점차 줄 것”이라고 했다.

KPI는 오는 29일 서울 도봉구 아우르네 모두의강당에서 ‘나는 북한댁이다’ 저자 강하나 작가를 초청한다. 북토크는 연말까지 이어간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