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올림픽은 다른 올림픽과 달리 바가지요금 논란이 거의 없었다. 해방 후 한국의 발전상을 세계에 보여준 최초, 최대 대외 행사여서인지 남의 시선을 의식했던 것 같다. 호텔비는 내렸고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외국 보도진이 묵을 기자촌 숙박비를 그해 초 열린 캘거리 동계올림픽보다 30%가량 낮췄다. “지나친 선심은 오히려 한국의 인상을 흐리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기사화될 정도였다.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들과 88올림픽 간 항상 비교됐던 게 바가지 상혼의 유무였다.
바가지가 상술 용어로 매체에 소개된 것은 1960년대부터로 알려졌다. 지방과 서울의 접점인 서울역 인근 업소나 택시 등을 이용할 때 자주 등장했다. 특히 대목 시즌에 한몫 잡으려는 건 상인들의 본능이어서 바가지 근절은 극히 어렵다. 88올림픽이 예외적인 경우다. 92년 초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이 바가지요금에 놀라서 뱉은 “여기가 올림픽 치른 도시 맞냐” 발언이 모 신문 헤드라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2 한일월드컵,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바가지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숙박 앱, 택시 앱, SNS가 보편화되면서 바가지요금의 설자리가 줄어드나 했는데 요새 더욱 극성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대면 축제가 재개되자 지방자치단체와 상인들이 물불 안 가리는 모양새다. 어묵 한 그릇 1만원, 바비큐 한 접시 5만원, 닭발 한 접시 3만원 등 바가지요금 폭로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촬영 중임에도 버젓이 옛날과자 1봉지에 7만원을 요구하는 업주도 있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등도 마찬가지여서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는 “K-바가지 조심하라”는 글도 올라온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제주공항을 오간 국내선 항공기 좌석은 지난해 대비 하루 평균 5500석이 줄었다. “이 가격이면 제주도 갈 바에 일본이나 동남아 간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작은 욕심 부리다 제주도뿐 아니라 국내 전 지역이 국내외 관광객의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