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번에도 말만 앞세운 정치적 쇼로 끝날 수 있어서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는 본인의 사법적 문제에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다른 의원은 사안에 맞게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어떻게 검찰 독재 정권과 싸울 수 있나”라며 ‘절대 반대’를 외쳤다. 국민 대다수가 잘못 사용되는 특권을 버리라는데 “포기하자는 사람은 검찰 독재 정권에 항복하겠다는 투항주의자”라는 그의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여론을 지켜보다가 이런 반대를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아닌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불체포특권은 권력의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국민의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헌법에 명시된 권리다. 아직 일부 국가에서 경찰이 의원들을 불법 구금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취지와 전혀 다르게 행사돼 부패·비리 정치인에 대한 정당한 사법처리를 방해하는 도구로 변질됐다. 뇌물, 배임, 횡령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법원이 아닌 다른 기관이 결정해야 할 정도로 우리의 사법부가 취약한 곳은 결코 아닐 것이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헌법 개정 없이도 ‘방탄 국회’라는 비웃음과 조롱을 받지 않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의원 개개인과 당 차원의 서약을 할 수 있고, 국회법을 개정해 부패·비리 혐의자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할 수도 있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기명으로 바꾸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그럴 듯한 말은 더는 필요하지 않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정치권 전체가 당장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