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믿는 자와 동행하시는 약속이 삶의 희망으로

입력 2023-06-24 03:02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6)


15살 때에 실명이 되고 내게 찾아온 것은 절망이었다. 더 이상 살 힘도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러던 중 서울에 있는 시각장애인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그렇게라도 뭔가 할 만한 일을 찾겠다는 의지에서가 아니라 시골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게 너무 괴로워 도피처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한숨만 푹푹 쉬는 부모 형제를 보고 있는 것도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얼마 후 나름대로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차츰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게 됐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앞길을 생각하면 여전히 불안하고 절망스러웠다. 그러던 중 고3 때 신앙을 갖게 됐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천국에 대한 소망도 가지게 됐다. 성경 말씀에 대한 흥미와 깨달음도 깊어져 갔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백성들을 홀로 걷게 아니하시고 함께해주신다는 말씀에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찢어지게 가난했었고 특히 당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전무했던 시절이라 어느 것 하나도 가능성을 갖고 할 수 있겠다고 여겨지는 일이 없었다. 바로 그때 성경 속 약속의 말씀들을 만나게 됐다. 그 말씀들이 앞날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보게 했다.

특히 잠언 3장 6절 말씀은 나로 하여금 무슨 일이든 도전하게 했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고비 때마다 나를 이끌고 행동하게 한 말씀이었다. 1977년 총신대 진학을 결정했을 때도, 79년 장애인을 위한 단체인 한국밀알선교단을 창립했을 때도 이 말씀을 의지했었다.

84년, 밀알 사역을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하는 일과 장애인 선교를 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것, 이 두 가지 꿈을 안고 미국 유학을 단행했다. 돈 한 푼 없이 혼자서 지팡이 하나 짚고 떠나는 유학이었는데 그때도 이 약속의 말씀을 굳게 붙들었다.

하나님은 약속대로 인도하셔서 두 가지 꿈을 다 이뤄 주셨다. 무슨 일에서든지 먼저 하나님을 앞세우고 그분의 사랑하심과 인도하심을 인정하면 반드시 앞장서서 일해주시고 길을 인도해주신다는 것을 평생 삶을 통해 증언할 수 있다.

뜻밖에도 2019년 총신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대학 총장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쁨이고 영광이었지만 막상 총장으로 결정됐을 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파탄나다시피 한 대학을 어떻게 경영하고 회복시킬 수 있을까. 갑자기 두렵고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도 잠언 말씀을 붙들었다. 내가 할 일은 오직 하나님을 앞세우고 그분을 인정해 드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나온 4년 임기, 하나님은 크게 일해주셨고 위기에 빠졌던 총신대를 세워주셨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릴 뿐이다.

<약력> △전 총신대 총장 △현 세계밀알연합 총재 △전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 사회복지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