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앉으면 기도, 걸으면 전도하는 ‘할렐루야 동장님’

입력 2023-06-24 03:05
정영신 권사가 지난 16일 경남 김해시 칠산서부동 행정복지센터 동장실에서 주민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정영신 권사 제공

경남 김해시 칠산서부동 동장 정영신(52) 장유주안교회(정상은 목사) 권사의 별칭은 ‘할렐루야 동장’이다. 동 주민은 물론 타종교를 믿는 이들도 그렇게 부른다. 1990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 권사는 2021년 김해시청 생활안정과장직에서 부서 이동을 해 회현동 동장을 거쳐 지금은 칠산서부동장으로,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정 권사는 4대째 믿음의 가문 출신으로 부친 정상은(74) 목사의 든든한 동역자로서 ‘앉으면 기도, 걸으면 전도, 누우면 회개’를 실천하고 있다.

천국이 없다는 건 ‘나는 바보’ 고백

정 권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전도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성령의 능력으로 생명을 살리는 천국 공무원이 되겠다는 각오로 지난 2005년 김해시청 기독신우회를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파주 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1박 2일간 금식기도를 하고 김해로 내려가기 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만난 정 권사는 ‘사람들이 왜 하나님을 믿어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아주 쉽게 설명했다. 생활 속에서 건져 올린 논리였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부모 관계에 비유했다.

정 권사는 “부모님이 우리를 낳을 때 우리는 부모님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존재하고 있기에 나를 낳아주신 분이 부모라는 것을 믿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세상이 우연히 만들어지거나 저절로 생기지 않았다는 얘기다. 모든 일에 인과관계가 있듯이 인간이나 우주도 어떤 원인의 결과라는 것이다. 물건이나 건물에도 만든 이가 있듯 우주와 천지 만물에도 창조자가 있으며 거기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셨기에 인간은 마땅히 하나님을 믿으며 살아야 한다는 게 정 권사의 설명이다.

천국이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는 빙그레 웃었다. 정 권사는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귀한 존재라는 점을 얘기했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고 복을 주시며 행복하게 함께 영원히 살기를 바라셨으나 사람이 죄를 지음으로 하나님과 함께 살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시고 원래의 목적을 회복하기 위해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셔서 죄를 없애 주셨다고 강조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뭐든 다 해주려고 하듯 하나님도 우리에게 뭐든 다 해주려고 하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사랑하셔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 천국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이다. 거저 주신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안 믿고 못 가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정영신 권사가 지난 4월 4일 열린 칠산서부동 주민화합 한마당 잔치 ‘사월愛봄’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정영신 권사 제공

‘그래도 죽어봐야 알지, 어떻게 천국이 있는 것을 믿느냐’고 따질 수 있다. 정 권사는 이에 대해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하나 열거했다. 공기와 바람이 보이지 않는 것, 행복과 사랑이 눈에 보이느냐고 반문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와 바람이 있고 내가 행복하다고 믿으면 행복한 것과 같다고 했다. 그래도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 안 믿어지면 우리가 생활 속에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극단적 비유이긴 하지만 천국보험에 가입해보면 나중에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은 또 묻는다. 예수만 믿으면 됐지, 왜 교회에 나가냐고. 정 권사는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논리로 답했다. 그는 우리가 물건을 만들 때 사용 목적이 있듯 하나님이 이 세상과 사람을 만드신 데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했다. 사람은 하나님을 위해 지음을 받았기에 찬양과 예배를 당연히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잊어서는 안 될 것으로 하나님은 우리가 거주할 경계선을 두셨다는 점이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성장하고 영의 양식을 먹고 놀라운 은혜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영의 집을 허락하셨는데 그곳이 바로 교회”라고 했다. 하나님의 자녀는 하나님의 집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질서에 순종하고 분명하게 서 있을 때 하나님은 내 삶의 모든 질서를 잡아 주시고 하나님의 뜻 가운데로 인도하신다고 했다.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할렐루야’라는 말은 회현동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종교를 따지지 않고 편하게 건네는 인사말이자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저는 행복합니다. 정말로 행복합니다. 저의 이 행복이 제가 근무하는 칠산서부동 주민들이나 직원들에게 흘러가도록 날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수님 때문에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 행복을 같이 누렸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정 권사는 이 세상의 많은 사람은 서로 위로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 6:31)는 말씀이 최고의 교과서라고 했다. 사람들은 각자 상황에 맞게 듣고 싶은 위로의 말들이 있다고 했다. 그 위로의 말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행복을 전하는 동장이 되고 싶은 것이 정 권사의 간절한 소망이다.

그에겐 간증도 많았다. 마치 녹음파일을 틀어놓듯 거침없이 쏟아냈다. 지난해 1월 2일 칠산서부동장 자리로 옮긴 직후 겪은 이야기부터 꺼냈다. 회현동장 시절 암에 걸린 어느 통장에게 기도를 해줬더니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그 얘기를 접한 유방암 환자가 찾아와 기도해달라고 요청해 눈물의 기도를 드렸는데 그분이 예수를 영접하게 됐다고 한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정 권사는 트로트 풍의 노래도 들려줬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동장 할 일이 무엇이냐/ 지역을 위해 힘써주시는 주민들께 감사하는 일/ 주민 여러분 감사해요 정말로 정말로 사랑해요/ 칠산서부동 발전의 원동력은 주민 여러분입니다.”

가요 ‘희망가’를 직접 개사한 ‘사랑가’라고 했다. 정 권사는 어디를 가더라도 먼저 기도부터 한다고 했다. 최근엔 부친의 양복을 사기 위해 김해 장유 롯데아울렛 남성복 매장에 가서도 가장 먼저 ‘하나님, 이 매장에 복음이 들어가도록 역사하옵소서. 어떠한 방해도 없게 역사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한다. 손님은 없었고 가게 사장에게 축복 기도를 해도 되겠냐고 묻고 곧바로 기도했다 한다. 그렇게 얼떨결에 사장과 직원이 영접 기도를 따라 했다.

회현동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화도 들려줬다. 통장 한 사람이 다리 수술을 해 창원의 모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19라 병문안이 안 돼 전화로 문병을 대신했다.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통장님~ 담당 의사 선생님의 손길을 통해 치료가 잘되게 하시고 빠른 회복이 있도록 도와주세요. 병실에 같이 계시는 환자분들에게도 빠른 회복이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알고 보니 해당 통장은 불교 신자여서 정 권사를 보면 자동으로 “관세음~”이라는 말이 나오는 분이었는데 지금은 “할렐루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 권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400여명을 전도했다.

현관문 비밀번호 영혼구원(0191)
지난 16일 정영신 권사가 5급 승진자 교육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해 축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정영신 권사 제공

정 권사의 집 현관 비밀번호는 0191(영혼구원)이다. 집에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눌러야 할 번호이기에 그의 가족들은 기분이 좋을 때도 0191, 화가 났을 때도 0191, 우울할 때도 0191, 슬플 때도 0191을 누른다. 항상 전도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사는 셈이다.

정 권사의 전도 습관은 모친에게 배운 것이라 했다. 2003년 별세하기 전까지 그의 어머니는 마을 집을 일일이 방문해 발이 부어터질 정도로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았다. 몸이 아픈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예사였고 약을 먹이거나 옷을 입히고 집에서 재우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정 권사는 이렇게 어머니로부터 이웃 사랑과 전도, 그리고 ‘찾아가는 복지 행정’까지 배운 것이다.

위기도 있었다. 4년 전에는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모친이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딸도 대장암이라니 절망했다고 한다. 몸에 암이 생긴 게 아니라 마음에 암이 생긴 것같이 견디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암이 전이되지 않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없이 깨끗하게 치료됐다.

만학도인 정 권사는 프라미스크리스천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인제대 일반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혼돈의 시대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자 정 권사는 큰소리로 외쳤다. “예수께로(路) 가야죠.”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