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글로벌은 프랜차이즈 한식당인 풀초롱밥상을 비롯해 속초코다리냉면, 서가네막국수, 에코빈카페, 시로코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거상글로벌 안노찬(52·사진·와우리교회) 대표는 지금의 ‘한식대가’가 되기까지 두 번 변화를 꾀했다. 첫 번째는 은행원에서 영어 강사로, 두 번째는 영어 강사에서 한식업 대표로 변신하며 그때마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노력을 쏟았다.
지난 13일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안 대표는 “성경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처럼 언제나 하나님께 붙어 있으려 했다”며 “매일 새벽 하나님께 꿈을 결재받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2000년부터 10년 동안 서울 종로와 강남 대형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며, 영어 관련 서적 29권을 집필했다. 안 대표는 영어 강사로서 성공비결로 ‘가난한 시골 출신’을 꼽았다. 대부분의 강사들이 대도시나 외국에서 양질의 영어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안 대표는 영어 공부를 늦게 독학으로 시작했다. 누구라도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쉬운 예문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입소문이 났고, 영어 강사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업무 과다로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갔다. 40대 초반 더 이상 늦기 전에 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잘나가던 영어 강사를 내려놓고 2011년 한식 외식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한식을 선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이다. 안 대표는 충북 청주 경부고속도로 바로 옆에 살았다. 당시 어머니는 경부고속도로 근로자들을 위한 함바집을 운영했고, 어린 시절 어머니 심부름을 하며 손님들에게 칭찬받았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먼저 현장을 배우기 위해 유명 프랜차이즈 점주가 됐다. 2곳의 가맹점을 운영하다 보니 노하우가 쌓였다. 10곳까지 운영하는 가맹점주로 살까도 싶었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로 한식업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준비 끝에 최초의 한식프랜차이즈 ‘에코랑한정식’을 론칭했지만 메르스 여파로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그때를 돌아보며 안 대표는 “승승장구하다가 무너지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안 대표는 “고난을 감사의 ‘키’로 풀어내는 것이 기독교인의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돌아보니 메르스의 실패 경험은 하나님께서 주신 ‘예방주사’였다. 메르스보다 100배 힘든 코로나 기간을 견뎌낼 힘과 지혜를 주셨다”고 말했다.
그 후 안 대표는 ‘속초코다리냉면’으로 재기했다. 현장에서 청소부터 다시 배우며 점주들의 어려움을 살폈다. 겨울에 약한 냉면 전문점을 보완하기 위해 황태국밥, 굴국밥 등의 메뉴를 추가해 점주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안 대표는 이어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풀초롱밥상’을 론칭했다. 한식 프랜차이즈 풀초롱밥상은 맥도널드처럼 전 세계인 누구라도 쉽게 요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30여 개 메뉴의 한식 조리법을 표준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 한식 요리를 햄버거처럼 3분 안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했다. 밀키트를 데우는 방식이 아니라 생 재료를 직접 빠른 시간에 요리할 수 있도록 맛에 기술을 접목시켰다. 안 대표는 “맛을 개발하는 것, 한식 전문요리사를 양성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가 아니다. 한식이 전 세계인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되는 것이 한식 세계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풀초롱밥상은 지난 5년간 국내 최대 놀이공원에서 매장을 운영했다. 현재는 덕평휴게소와 마장휴게소를 비롯해 전국에 매장이 있다. 휴게소의 경우 100평 규모의 식당에 요리 담당은 1명뿐이다. 휴게소 특성상 관광버스가 정차하면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몰리지만, 주문한 음식은 언제나 동일한 맛으로 3분 안에 문제없이 완성된다. 안 대표는 “점주들의 수고를 덜어주면서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풀초롱밥상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풀초롱밥상은 지난해 해외에도 진출해 베트남 하노이에 1호 매장을 냈다. 올해는 일본과 태국에 진출한다. 해외에서도 풀초롱밥상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며, 메뉴도 우리말 그대로 사용한다. 한식은 한글 그대로 발음해야 한다는 것이 안 대표의 철학이다. 안 대표는 “한국인도 쏨탐, 똠양꿍 등 태국 음식을 사진으로 보며 태국 이름의 메뉴를 주문하고 있지 않느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안 대표는 ESG경영에 대한 진심으로 세종대학교 ESG경영학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현재 한 학기만 남겨두고 있다. 거상글로벌은 생산에서 소비까지 자원의 낭비가 없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했으며, 풀초롱밥상의 모든 매장에서는 가스를 이용하지 않고 전기로 조리하고 있다. 또 가스 없는 주방을 전면 개방해 풀초롱밥상의 주방과 홀의 온도를 동일하게 맞췄다. 안 대표는 “주방에서 20~30구의 가스를 장시간 사용하며 일하는 점주와 요리사들의 수고, 건강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ESG경영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거상글로벌은 지난해 문화제육관광부장관상, 식품의약품안전처상, 대한민국최고인물대상에 이어 지난 5월 국제ESG식품혁신환경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안 대표는 ‘누구나’ ‘쉽게’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 1만개 매장’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안 대표는 “한식 세계화로 한국인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복지향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