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는데 3개월째 팔아치운 연기금 왜?

입력 2023-06-21 04:05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이 코스피 주식을 3개월 연속 팔아치우고 있다. 6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 외국인과 대조적인 행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간 상승한 국내 주식 일부에 대한 차익을 실현하는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또 국내 주식만 14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줄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1조2658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월별 기준으로는 4월(-473억원)과 5월(-3738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순매도다. 거래소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등의 직접 또는 위탁운용 매매를 연기금 주식 매매로 집계한다.

연기금은 올해 1분기 5000억원가량의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2분기 들어 순매도로 전환했다. 공제회 한 관계자는 “연초 사들였던 주식 일부를 최근 팔아 차익실현을 했다. 분기 목표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이 코스피의 추가 상승성을 낮게 보고 순매도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올해 2200으로 출발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초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현재 2600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를 높이는 자산 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개한 ‘2024년도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전체 자산 대비 국내 주식 비중 목표는 15.4%다. 올해 말 목표치인 15.9%보다 0.5%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오를 때 이익을 실현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싶어 하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이날까지 6881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포스코홀딩스(-2482억원), 메리츠금융지주(-2092억원)도 순매도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최근 1년간 22.05% 올랐고, 포스코홀딩스(54.09%)와 메리츠금융지주(59.67%)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 1위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5356억원)이다. SK하이닉스(4166억원), 두산에너빌리티(1903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권에 들어갔다. 이상민 플루토리서치 대표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같은 반도체 섹터에서도 주가 상승 탄력성이 더 높은 종목을 사들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