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섰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경제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올해 ‘5% 안팎’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55%, 5년 만기 LPR을 4.20%로 각각 0.1% 포인트 내렸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이 LPR을 인하한 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LPR은 중국의 18개 시중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의 대출금리 평균치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를 취합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LPR로 은행권 대출금리를 조절하고 있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는 일반대출 금리, 5년 만기는 부동산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인민은행이 LPR을 인하한 건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중국의 5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2.7%, 3.5% 늘었지만 증가 폭이 둔화했고 시장 전망치에도 못 미쳤다. 청년실업률은 2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인민은행은 최근 기준금리의 선행지표 격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 각종 정책 금리를 줄줄이 내렸고 이날 LPR도 인하했다.
그러나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각종 경제 통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성장을 멈췄던 중국 경제가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며 “반등을 노리던 중국이 벽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세계 공급망 재편 속에 중국의 대외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급감했고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실업률과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노무라 등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5∼6.3%에서 5.1∼5.7%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중화권 증시는 금리 인하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약세를 보였다.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0.47% 내렸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더욱 강력하고 분명한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을 지낸 인옌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위원회 부주석은 지난 17일 칭화대 주최 포럼에서 “정부는 유효수요를 지탱하는 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 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가는 것을 즉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