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7월 11일)을 앞두고 개 식용금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국회와 서울시의회를 중심으로 관련 법안과 조례가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논의 위원회’ 진행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회피하고 있다. 위원회는 2년째 공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 후보 시절 개 식용 반대 입장을 내비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개 식용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이달 중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개 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서울시의회도 지난달 31일 비슷한 취지의 조례안을 냈다. 김지향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은 개·고양이 식용 금지를 위한 서울시장의 책무, 5년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조례가 통과되면 서울시는 개 식용 금지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할 근거가 생기게 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개 식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엔 김건희 여사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 식용 금지는 그렇게 무 자르듯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현행법상 모호성이 있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도살·유통·가공 등 먹거리 위생을 위한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기준으로 할 때 개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개고기 판매·조리는 현행법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식문화 관습까지 금지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개고기를 판매한 식당에 영업정지, 과태료 처분 등 행정처분을 내리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대한육견협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 내 229개 음식점에서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경동·중앙시장 내 마지막 개 도축업소가 문을 닫아 현재 서울 시내에는 도축장이 없다. 다만 전국적으로는 1156곳 개 농장에서 52만여 마리가 사육돼 연간 38만8000마리가 출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도 전국에 1666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관련 논의를 위한 위원회 진행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1년 12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동물보호단체, 육견업계, 전문가, 정부 인사 등 총 21명이 참가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광호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2년간 전체 회의와 소위원회 회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지만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했을 뿐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출범 당시 활동기한은 2022년 4월까지였지만 무기한 연장된 상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5월 “개 식용 위원회에서 식용금지에 대한 결론을 내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위원회가 진행되는 걸 보면 답보 상태”라며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장관 발언 이후 농식품부 차원의 이렇다 할 후속 조치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와 관련 위원회가 개 식용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면서 국민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연 대한육견협회는 “1000만 국민이 개고기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농민인 우리가 연간 7만t의 개고기를 생산해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과 별개로 개고기를 애용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개 식용 금지를 본격화할 경우 동물 보호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