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막게… 상급종합병원 되려면 경증환자 줄여야

입력 2023-06-21 04:07
119 구급대 앰뷸런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막기 위해 앞으로 경증환자를 다른 하급병원으로 돌려보내는 비율이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포함된다. 경증환자 대응을 줄이고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는 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심사 때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기준’을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다. 인력·시설·장비, 진료, 교육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한 병원을 3년마다 복지부가 지정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되면 건강보험 수가 가산율 30%가 적용된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필수 조건인 ‘절대평가’ 기준의 경우 입원환자 중 경증과 중증 비율, 외래환자 중 경증 비율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 기존에는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 비율이 최소 30%였는데 34% 이상으로 기준을 강화했다. 입원환자 중 경증환자도 기존 14% 이하에서 12% 이하로 수정됐다. 외래환자 중 경증환자 기준도 강화됐다. 외래환자 중 경증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기준 11% 이하에서 7% 이하로 강화됐다.

특히 ‘상대평가’ 항목으로 ‘경증환자 회송률’이 신설됐다. 회송률 0.1~3.0%를 충족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지표 개발에 참여한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 센터장은 “이미 법적으로 경증환자 회송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기 어렵다”며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병원의 평판이나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해당 평가 지표에 응급의료에 대한 병원 차원의 관심을 요청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38곳 권역응급의료센터와 128곳 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증 환자 수는 244만7414명으로 전체 환자 수인 480만4262명의 51%를 차지했다.

다만 회송률을 맞추기 위해 병원 측에서 경증환자를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환자 측과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경증, 중증 분류 기준은 있지만, 경증이 중증으로 악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응급구조사와 의사들이 사후적으로 분별해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잘못 진단할 경우 책임 소재 문제도 있고, 병원에서 경증환자를 돌려보낼 때 또 다른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진료과목은 상시 입원환자 진료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위반 시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취소된다. 필수의료 과목임에도 저출산에 따른 수요 감소와 의료진 기피 등으로 이들 과목의 진료 기반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1년 단위로 상급종합병원이 지정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검사해 시정명령과 지정취소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지정 탈락 시 3년마다 이뤄지는 차기 평가까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될 수 없다”고 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