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3%대 실종’… 애타는 영끌족들

입력 2023-06-21 04:04

하락세를 탔던 대출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연 3%대로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4%대로 올라섰다. 당분간 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둔데다, 주택 수요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날 기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4.23~6.12%로 집계됐다.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03~5.82%였다. 연 3%대까지 떨어졌던 주담대 금리 하단이 4%대 초중반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금리가 오른 건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5월 신규 코픽스는 3.56%로 전월 대비 0.12% 포인트 상승하며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은행의 대출자금 조달 재원인 은행채와 예금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주요 은행의 예금금리는 한때 기준금리(3.5%) 밑으로 떨어졌으나 최근 3% 후반대까지 올라왔다.


은행채 금리도 꾸준히 오름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19일 기준 4.204%로 1달 전보다 0.237%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준거 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6개월물 역시 3.759%에서 3.811%로 올랐다.

은행채 금리가 오른 건 발행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는 통상 물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발행 금리는 오른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5월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채 발행액은 18조986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9336억원(57.5%) 증가했는데, 이중 은행채가 9조6200억원으로 같은 기간 5조6825억원(144.3%) 증가해 금융채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앞서 시장금리 하락을 이끌었던 기준금리 인하 관련 기대감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역대 최대폭(1.75% 포인트)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되면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대출금리도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음 달에도 신규 코픽스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주택 수요도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청년도약계좌 출시가 코픽스를 더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년도약계좌는 은행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최대 연 6% 금리를 제공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청년희망적금이 출시됐을 때도 코픽스에 반영이 바로 됐었다”며 “은행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등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