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익스트림 관광

입력 2023-06-21 04:10

번지점프는 위험하고, 펄펄 끓는 용암은 무서운데, 이 둘을 합쳐 활화산의 분화구로 몸을 던지는 관광 상품이 있다. 칠레 비야리카 화산에서 진행되는 이 관광은 분화구 상공에 띄운 헬기에서 발에 로프를 묶고 뛰어내리는 것이다. 뜨거운 용암 거품의 200m 위까지 낙하하는 공포와 다시 솟구쳐 오르는 희열의 값이 2000만원(화산번지·폭포번지·스카이다이빙을 묶은 패키지 가격)이나 한다.

미국 남부에는 영화 ‘트위스터’에서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린 대형 회오리바람을 실제로 쫓아다니며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토네이도 추격 관광이 있다. 기상청의 토네이도 예보는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뜻인데, 이들은 예보를 거꾸로 활용해 그것을 찾아다닌다. ‘죽음의 케이지’라 불리는 멕시코의 해저 관광은 잠수복을 입고 철제 우리에 들어가 바다 속에서 백상아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같은 별명을 가진 호주의 관광 상품은 그렇게 물속에 내려가면 상어 대신 악어가 달려든다.

공포와 위험의 ‘아드레날린 러시’를 즐기는 유별난 이들은 세계 각지에 다양한 형태의 ‘익스트림 관광’을 낳았다. 최근에는 해볼 만한 관광은 다 해본 슈퍼 리치들에 의해 관광의 한계가 계속 허물어지고 있다. 거부들에게 맞춤형 관광을 제공하는 영국 업체는 얼마 전 남극점을 밟고 싶다는 고객을 위해 쇄빙선이 포함된 1인당 1억3000만원짜리 상품을 마련했고, 한창 내전 중인 수단에 피라미드를 보러 가겠다는 이들에게 경호부대가 동행하는 일정을 설계해 줬다고 한다.

그런 대열의 선두쯤에 있던 이들이 어제 대서양 해저의 타이타닉호 잔해를 보러 잠수정을 타고 내려갔다가 실종됐다. 탑승자 중 영국인 해미시 하딩은 이미 블루오리진 로켓을 타고 우주관광을 했고, 남극에는 여러 번 다녀왔으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바닥까지 가본 터였다. 그런 모험으로 기네스 기록도 셋이나 갖고 있었는데, 다시 타이타닉 탐사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위험을 즐기는 이들의 모험 욕구, 정말 주체하기 힘든 모양이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