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381.5㎜가 쏟아졌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서울에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강남·서초구 일대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다. 폭우를 피하기 위해 운전자들이 버린 차들로 이 일대는 난장판이 됐다. 강원·충청 지역에도 하루에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8~9일 이틀간 폭우로 사망자만 10여명이 나왔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대책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들도 여전한 상태였다. 대표적인 부분이 빗물받이다. 최근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 등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최근 긴급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신논현역 7번 출구부터 진흥아파트 사거리 일대와 그 사이 이면도로 일대 2.5㎞를 둘러봤다. 최근 빗물받이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지역 내 약 50여개의 빗물받이는 대부분 청소가 이뤄져 있었다. 다만 이면도로에는 여전히 빗물받이 근처에서 담배꽁초 등을 버리는 경우 등이 적지 않았다.
거름망이 제거되지 않은 빗물받이들도 보였다. 거름망이 제거되지 않아 빗물받이 내부는 비었지만 거름망 위에는 쓰레기가 금방 쌓였다. 일부 빗물받이 위에는 장판이나 쓰레기봉투가 올려진 경우도 있었다.
음식점들이 많은 이면도로엔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나 흡연구역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빗물받이 근처에서 흡연하고 꽁초를 버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담배꽁초 수거함을 침수우려 지역 위주로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담배꽁초 수거함 증설은 자치구 사무여서 구에 얘기하고 있지만 철거 요구 민원도 많아 무작정 늘리기는 어렵다”며 “현재 360개 정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일 수해방지 추가 대책도 내놓았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완공 전 침수우려 지역으로 유입되는 노면수를 줄이기 위해 대형 공사장을 임시 저류조로 활용하는 방안과 공원 내 저수지 등에 빗물을 저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방안은 도림천 유역에 우선 적용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림공영차고지 빗물저류조 공사 현장과 보라매공원 내 호수(옥만호)를 찾아 이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신림공영차고지 빗물저류조는 청룡산에서 내려오는 노면수 6만t을 저장할 수 있으며, 옥만호는 최대 5320t까지 저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저류조 차고지가 완성 예정 시점은 2025년 10월이지만 골조는 어느 정도 완성됐기 때문에 현재 상태 이용해서도 저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비가 오기 전에 쓸 수 있게 준비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는 수해 복구가 100% 이뤄지지 않았다. 포항은 지난해 9월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로 10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1000여명이 넘는 이재민과 막대한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 18일 포항 남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은 “작년 태풍이 몰아치던 날은 악몽이었다. 지금은 평온해 보이지만, 아직도 제대로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겉으로는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이곳은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 7명이 숨졌다. 당시 엄마를 따라 갔던 15살 중학생이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 날의 아픔은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듯 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계단 출입로와 차량 출입로에는 침수를 막기 위한 차수판과 차수 문이 이달 초 설치됐다. 길이 6.2m, 높이 1m의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제작된 차수벽은 유압작동식으로 내외부에서 버튼을 누르면 10~15초 만에 열리고 닫히게 설계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차수 문과 차수 판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 다시 큰 피해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냉천 복구공사가 시작돼 중장비가 여기저기 투입돼 응급복구가 한창이다. 곳곳에선 아직 태풍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냉천 둔치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와 흙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힌남노 침수피해를 입은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골목 곳곳에는 아직 복구가 마무리되지 않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칠성천은 여전히 항구적인 복구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도 차량 통행이 폐쇄된 남성교를 중심으로 하천 정비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천 경사면은 유실을 막기 위해 임시로 쌓아둔 흙 포대가 눈에 띄었고 하천 바닥에는 부러진 나무 등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신속하고 항구적인 복구를 바라고 있다. 재내리 주민 박모씨는 “공무원들은 빠른 시일 내 복구를 마무리하겠다고 하는데 장마 전에 끝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항시와 경북도는 5월 말부터 지방하천 재해복구공사에 착수했다. 소요기간은 2년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이현 기자,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