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이 장융 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사임과 새로운 회장 및 CEO 인사를 발표했다. 중국 당국의 견제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창업자 마윈(사진)이 경영 일선에 사실상 복귀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왕이신문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20일 장 회장 겸 CEO를 대신해 새 회장에 알리바바 공동창업자인 차이총신(조셉 차이) 부회장을, CEO에 우용밍(에디 우) 전자상거래 부문 책임자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차이 차기 회장은 1999년 알리바바 설립 시부터 2013년까지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으며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 상장을 이끄는 등 전략 투자를 맡았다. 우 차기 CEO는 타오바오, 알리페이 등의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냈다.
장 회장은 앞으로 클라우드 사업 분야에 전념하기로 했다. 2015년 5월 알리바바 CEO가 된 장 회장은 2019년 9월 마윈 창업자의 뒤를 이어 공식적으로 그룹 회장이 됐다. 마윈이 당국 견제로 경영에서 물러나 해외 생활을 하던 시기 알리바바를 이끌었다. 세 사람의 인사는 오는 9월 10일부로 시행된다.
이번 인사는 알리바바가 코로나19 이후 침체기에 빠진 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하는 등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알리바바는 지난 3월 그룹을 클라우드인텔리전스, 타오톈(淘天·타오바오·티몰 등 전자상거래), 현지생활(本地生活·배달 플랫폼), 차이냐오(스마트 물류), 글로벌디지털비즈니스,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 6개 독립 사업 단위로 쪼개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마윈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왕이신문 등에 따르면 마윈은 지난달 말 타오톈 그룹 임원들을 소집해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알리바바가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며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룹 전반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마윈은 2020년 10월 중국 당국의 핀테크 정책을 비판한 ‘설화 사건’ 이후 미운털이 박혀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 무산, 3조원대 반독점 벌금 부과 등 시련을 겪었다. 마윈은 당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빅테크 때리기’ 정책 기조를 철회하면서 지난 3월 귀국한 뒤 지난달 일본 도쿄대의 도쿄 칼리지 객원교수로 초빙되는 등 공개 행보를 시작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