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열풍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가상자산이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거래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는 드물다. 현재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으로도, 화폐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가상자산의 실체와 성격, 법적 지위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시장은 테라-루나 대폭락과 FTX 파산 사태를 겪었다. 고수익의 꿈 이면에서는 해킹과 시세조종 피해, 불법적 국제자본 이동도 실시간 진행 중이다. 투자자를 보호할 시장질서 확립과 투기 억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부정하지 않는 ‘한탕주의’의 일면에는 그간 투기 억제책과 투자자 보호 대책이 명확하지 못했던 과도기적 측면이 있다. 불법행위자를 처벌할 근거가 마련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달 비로소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격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상품이 증권이든 일반 무형자산이든 처벌의 근거가 있는데 우리는 없다”며 “현재 불공정거래 규제 공백이 해외에 비해 큰 만큼 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1단계 입법 과정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시장 법안(MiCA)에서 가상자산사업자를 세세히 구분·규제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태영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 상태로는 ‘사업자가 가상자산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과 자본금을 갖추고 있는가’를 따지는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변동성 완화와 시장 안정화, 이 두 가지가 투기를 막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투자의 도박적 성격 인식, 심심찮게 알려지는 고수익 사례들은 “중과세로 투기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낳기도 한다. 한국은 2025년부터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250만원을 공제하고 20% 세율로 분리과세하기로 한 상태다. 일본은 5~45%의 세율을 적용해 중과세한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투자소득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250만원 공제’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벌어진 소득-자산 격차를 따라잡겠다는 가상자산 투자 열기는 청년층 틈에서 더욱 크다.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주식시장, 가상자산 시장에 번진 ‘버블’에는 MZ세대의 부채 활용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금리가 낮은 조건이라면 투자가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우리는 성공만 보지만 대부분은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과도기 속에서 젊은이들은 확률 낮은 게임에 점점 많은 돈과 시간을 건다.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계속되는 이유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탈세와 가격 조작이 일어날 것이고, 한국 경제는 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노동생산성 저하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정진영 김지훈 이택현 이경원 기자 young@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