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위험한 베팅… 외부 출고 최소 150조 [이슈&탐사]

입력 2023-06-21 04:08

지난 3년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곳에서 해외 거래소, 개인 지갑 등으로 빠져나간 ‘가상자산 외부출고액’이 15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당국과 업계는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를 통해서는 할 수 없는 고위험 선물·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코인을 외부로 옮긴 것으로 추정한다. 외부출고된 코인은 출처와 용도를 알기 어려워지는 만큼 자금세탁과 불법자본 이동에의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간 빗썸에서 외부로 출고된 가상자산 가액은 115조2700억원(512만건)으로 집계됐다. 외부출고액은 비트코인 시세가 사상 최고 수준이던 2021년 68조원을 넘었다. 하락장이던 지난해에도 30조원 이상이 외부로 빠져나갔다.


지난해 3월 트래블룰(코인 이전 시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하는 추적시스템) 시행 이후에도 가상자산 외부출고는 계속됐다. 업비트에서만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32조1300억원어치의 코인이 외부출고됐다. 같은 기간 코인원(3조300억원), 코빗(6900억원), 고팍스(3900억원)에서도 외부출고가 활발했다.

전문가들은 외부출고의 목적을 바이낸스·FTX 등 해외 거래소에서의 선물거래라고 해석한다. 국내 거래소는 선물·레버리지 거래를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해외 은행 계좌가 없는 한국인이 해외 거래소에서 선물거래를 하려면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해 해외로 출고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이장우 한국회계학회 가상자산위원은 “미상장 종목 투자 등 다른 목적을 배제할 수 없겠지만 절반 이상은 선물거래가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경우 투자자는 손실에 더욱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이 위원은 “해외 거래소의 소재지나 고객센터 위치 등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을 길이 요원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외부출고가 자금세탁 등 범죄와 연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 당국이 국내 거래소의 외부출고 현황을 파악하지만 빠져나간 가상자산이 어떻게 쓰이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한국과 달리 트래블룰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도 많으며, 코인이 해외에서 제삼자의 지갑으로 옮겨질 경우 송·수신처를 완벽하게 검증할 방법도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 범죄자금 등이 유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김지훈 정진영 이택현 이경원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