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3명 폐교위기 영월 상동고… 국내 처음 공립야구고 전환 추진

입력 2023-06-21 04:01
19일 강원도 영월 상동고로 전학을 온 9명의 학생과 교직원, 영월 상동 야구고교 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 하고 있다. 상동 야구고교 설립 추진위원회 제공

강원도 영월 상동고교가 국내 최초의 공립 야구고 전환을 추진한다. 폐교 위기에 놓인 시골의 작은 학교를 살리고자 동문과 지역사회가 함께 마련한 프로젝트다.

상동고가 있는 영월군 상동읍은 텅스텐 광산이 활발하게 운영되던 1970년대에 인구가 2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인구가 급감했고, 지난달에는 995명까지 내려갔다. 전국 읍 단위 행정구역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다.

그러던 상동읍 인구가 최근 1000명을 넘어섰다. 다른 지역에서 상동고로 전학을 온 학생과 학부모 등 20여명이 주소지를 옮겨와서다.

1953년 개교한 상동고는 올해까지 343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신입생이 아예 없었다. 전교생은 3학년 3명이 전부다. 이 학생들이 내년에 졸업하고 신입생이 없으면 폐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동고 동문과 지역 주민들은 올해 초 폐교를 막기 위해 전남 함평의 골프고교처럼 공립 야구고를 설립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다른 지역에서 선수 지망생들을 데려와 야구부를 꾸린 뒤 무상 야구교육을 통해 학교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4월 상동 야구고교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야구부 창단을 위한 선수 영입에 나섰다.

추진위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서울과 인천, 세종시에서 야구부로 활동을 해 온 1학년 선수 9명이 전학 절차를 마치고 19일 상동고로 처음 등교했다. 조윤희 설립추진위 대외분과위원장은 20일 “전국에 유망주를 수소문해 9명을 영입했고 조만간 5명이 더 전학을 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동고와 추진위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내야수 출신인 백재호씨를 야구부 초대 감독으로 영입했다. 이달 말 야구부를 창단하고 투수·타격 코치 등 코치진 구성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상동고 동문과 지역 주민, 영월군, 영월교육지원청 등으로 구성된 TF는 상동 야구고의 교육과정을 전문심판과, 트레이너과, 스포츠 외국어통역과, 스포츠코딩과, 야구행정과 등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또 상동중학교 건물을 기숙사로 리모델링해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윤수종 상동고 교장은 “야구에 대한 재능과 꿈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야구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공립 야구고는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야구를 가르쳐주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월=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