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군 입대. 2학년까지 대학을 다녔던 나도 동기생들처럼 휴학 후 입대를 택했다. 서울을 지키는 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김포공항 계류장에 있는 5분대기 특별부대인 ‘35여단’으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참고로 수방사는 서울을 지키는 부대라 군기가 평상시에도 아주 삼엄했다.
그리고 35여단 구성원들은 후반기 교육까지 전문적으로 받고 자대 배치를 받은 병사들이 거의 없었고, 대다수 부대원은 여러 보직의 임무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맨 스타일’의 장병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형태의 상황극처럼 말도 많고 탈도 참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인내와 용기’를 갖고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지냈다. 지금 생각해도 군 생활을 나름 잘 버텨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야간 보초로 근무를 서고 있었다. 때는 제대를 앞둔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일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소중했던 순간들, 눈물 났던 시간들, 피하고만 싶었던 훈련의 나날들, 너무나 미웠던 이상한 고참들, 전우애로 뭉쳤던 동기생들 등등.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많은 생각으로 캄캄한 밤하늘을 더 푸르르게 느끼던 깊은 밤이었다.
‘결국 모든 건, 이 또한 지나가더라’라는 명언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영원한 건 없구나. 마치 영원할 것처럼 우리가 착각을 하거나 자신을 세뇌하며 살고 있구나’ 하며 깨달아지는 시간이었다. 순간의 감정, 찰나의 느낌, 연상되는 이미지와 선입견, 사랑하고 사모하고 좋아하는 마음, 존경심을 갖게 된 위인들, 경험치와 배움으로 얻게 되는 지식의 창고까지도 말이다.
인생의 여행 기간이 평균 80년 정도 시간을 가지고 있듯, 모든 것들은 다 유한성을 가졌다는 생각 속에 아쉬움과 서글픔까지 생겼다. 영원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라 더 아름다운 행보의 작품들도 만들어지고, 아끼려는 애정이 생기고 가슴 속 잔잔한 울림도 느낄 때가 있다.
인생의 모든 것들이 유한한 시한부의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타이머를 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자연스레 밤하늘 한가득 메워진 뭇별들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 별들이 나 조 병장의 가슴속 깊은 곳에 살포시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별이 진다네’라는 표현으로 시상과 악상이 교차하며 아리따운 그림이 그려졌다.
나는 지금 다시 보초를 서며 꿈꾸었던 그 초소 너머로 펼쳐진 밤하늘의 작은 조각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교회의 청년이었던 나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직접 빚어서 손수 별 비와 별 무리로 내려주신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가슴 가득 울려 퍼진다.
‘사랑과 철학’을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니 오늘 밤하늘에도 수줍은 듯 ‘별이 진다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