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中, 北 압박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 역할론 촉구”

입력 2023-06-20 04:05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 측 인사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원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해결을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 줄 것도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19일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진핑 주석과 중요한 대화를 나눴고,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과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양국) 관계를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친 외교부장을 워싱턴DC로 초청했고 상호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점점 더 무모해지는 북한의 행동과 수사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고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unique position)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해결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우리는 유엔 헌장 원칙에 따라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다른 국가들과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중국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 목적 중 하나는 우리가 중국을 경제적으로 봉쇄하려 한다는 오해를 깨뜨리는 것이었다”며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고 다각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매우 명확히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대중 전략 개념인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화)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미국에 재앙’이라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도 전하며 “중국의 경제적 성공이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나 핵무기나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기술의 군사적 활용 문제를 언급하며 “이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표적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에 대해 많은 국가가 공유하는 우려를 제기했다”며 “일방적인 현상 유지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신장, 티베트,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여전히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군사 대화 채널 복원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 번의 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양국 관계 진전을 이루는) 과정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며 “긍정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