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 평가원장 전격 사임

입력 2023-06-20 04:08
사진=연합뉴스

이규민(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19일 사의를 밝히면서 평가원은 당분간 ‘수장 공백’ 상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고난도 미션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에서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는 동시에 ‘물수능’ 논란을 피하면서 상위권 변별력도 확보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킬러문항 없이 5지 선다형 문항에 단련된 최상위권 수험생의 우열을 가려내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평가원은 오는 9월 6일로 예정된 ‘9월 모의평가’에서 변화된 수능 출제 방식의 윤곽을 공교육 현장에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국무총리실과 교육부의 합동 감사 예고와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장의 부재,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교체 등으로 조직 안팎이 뒤숭숭한 상태에서 출제 행정이 원활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원장은 이날 “(사의는) 2024학년도 수능의 안정적인 준비와 시행을 위한 것”이라면서 “평가원은 수능 출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2024학년도 수능이 안정적으로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임은 윤 대통령이 최근 ‘공정한 수능’ 문제를 언급한 뒤 평가원에 대한 여권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왔다. 그동안 평가원장은 수능 문항 오류 발생 시 옷을 벗는 게 관행이었다. 사퇴한 전직 원장 중 3대 이종승 원장, 5대 정강정 원장, 8대 김성훈 원장, 11대 강태중 원장은 모두 수능 출제 오류 논란에 책임을 지고 수능 시행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12대 원장인 이 원장을 포함해 역대 평가원장 중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적은 4차례에 그친다.

하지만 모의평가 관리 실패로 직을 내려놓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올 6월 모의평가의 경우 문항 오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원장은 문재인정부 말기인 지난해 3월 취임해 임기는 2025년 2월까지였다. 교육계 일각에선 지난 정부 ‘알박기’ 인사라는 공세 속에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