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 최근 시세조종 의심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배경에 느리고 약한 처벌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재범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 배후 의혹이 있는 온라인 주식정보 카페 운영자 강모(52)씨를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강씨는 자신이 누나 등과 함께 202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천번의 통정매매를 통해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5~16일 강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영장에 그가 시세조종으로 얻은 부당이득 규모를 104억원으로 추정했다.
강씨의 범죄 정황은 당국에서도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시세조종으로 유죄가 확정된 전력이 있다. 2014년 2월~2015년 8월 조광피혁 삼양통상 아이에스동서 대한방직을 대상으로 약 1만 차례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로 2017년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이 확정됐다.
전문가들은 증권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수준 처벌이 재범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의결된 불공정거래 사건 274건 가운데 행정조치 없이 고발·통보 조치만 한 경우가 대부분(93.6%)이다. 2016~2020년 고발·통보된 사건 중 불기소된 비율도 55.8%에 달했다.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2020년 기준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 정보 이용·부당거래·시세조종) 대법원 선고율을 보면 집행유예가 40.6%를 차지했다.
강씨의 경우도 과거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지만, 실형을 면했으며 벌금도 4억원에 그쳤다. 강씨 사례 외에도 과거 두 차례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 기소유예 조치를 받았던 전업투자자들이 그 이후로도 5년간 70여개 종목을 시세조종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경우도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3대 불공정거래 재범률은 20%대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기준 재범자는 전체 사범 99명 중 21명에 달했다.
느린 사건 처리도 증권범죄를 부추긴다. 3대 불공정거래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2~3년이다. 강씨의 경우 기소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5년 넘게 걸렸다. 이 기간 그는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강씨는 현재 검찰 수사에 결백을 호소하고 있으며, 시세조종이나 통정매매 의혹도 부인하는 중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범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기대 수익은 큰데 그에 대한 처벌 비용은 작다보니 갈수록 범죄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주가조작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등 사후제재를 현실성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