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없는데… 휠체어 탑승가능 버스사업 공고 3년째 ‘되풀이’

입력 2023-06-20 04:06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고속·시외버스 지원 사업이 공고와 재공고를 3년째 반복하고 있다. 열차나 장애인 콜택시를 타는 휠체어 이용자들이 많은 데다 버스 사업자는 이용객과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공고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선택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수요와 공급 예측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휠체어 탑승가능 고속·시외버스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되면서 시범사업을 거쳐 2021년부터 운행되고 있다. 2019~2020년 시범운행 당시 고속버스는 서울에서 부산, 강릉, 전주, 당진 등의 왕복 노선을 운행했다. 국토부는 버스 10대를 개조하고, 터미널과 휴게소 시설 개선 등에 비용을 지원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노선은 당진 노선 1개뿐이다. 이마저 올해 초까지 2대가 운영됐지만 1대로 줄어든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19일 “당진에서 고정적으로 버스를 타던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을 안 하면서 당진 노선도 이용객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범운행 당시에도 이용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휠체어 이용자들은 다음 달 19일부터 시도간 운행을 하는 장애인 콜택시를 활용할 수 있어 버스 수요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휠체어 탑승 장비를 갖춘 장애인 콜택시를 전국에서 24시간 운영하고, 시도 경계에서도 탈 수 있도록 했다.

버스 사업자 입장에서도 수요가 없는 노선을 운영할 유인이 없다. 휠체어 탑승가능 버스는 한 대당 휠체어 리프트 등 차량 개조에만 4000만~5000만원이 든다. 터미널에도 자동 출입문, 경사로 등 설치에 2000만~3000만원이 필요하다. 사업비는 국비 5억원 내에서 지원되는데, 국비와 지자체 예산 매칭 형태로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하는 사업자가 없어 관련 예산은 매년 불용 처리되고 있다. 국회 결산 심사에서도 사업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사업 공고만 반복할 뿐 사업에 대한 평가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1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서 “최근 3년간 예산 실집행률이 47.5~72.1%로 저조해 사업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효과 분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편적인 장애인 이동권 차원에서 휠체어 탑승가능 버스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용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이동권을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