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상품을 판 뒤 ‘채권 돌려막기’를 하다 낸 손실을 보전해준 의혹이 제기된 SK증권(국민일보 6월 13일자 1·10면 보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단기 투자 상품인 머니마켓랩(MMW) 등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등 상품에 유치한 단기 자금을 장기 채권에 투자해왔다. 즉 채권 돌려막기 형태의 만기 불일치 운용 전략을 이용해 투자 수익을 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자 막대한 평가 손실을 냈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SK증권에 대한 수시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신탁 상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해준 의혹 등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SK증권은 검사 대상에 최근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랩·신탁 상품을 팔면서 채권을 돌려막기하는 증권업계 관행을 확인하려는 금감원의 기존 검사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KB증권 등 여러 증권사로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증권업계의 채권 돌려막기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중이다.
SK증권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신탁을 판 뒤 채권 돌려막기를 하다 막대한 평가 손실을 냈다. 특히 합의금 또는 보상금 명목으로 100억원가량의 고객 손실을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투자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이와 관련해 SK증권은 “예외적인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서 그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는 허용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자(증권사)가 법령이나 투자 설명서 등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자본시장법 제64조를 근거로 한 주장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만 감수할 경우 고객의 손해를 배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다.
결국 SK증권이 고객에게 내준 돈의 실질적 성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SK증권이 준 돈이 이런 사유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된 게 아니라 평가 손실에 대한 원금을 돌려주려는 목적으로 판단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K증권이 준 돈이 신탁에서 발생한 투자 손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경우 이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김진욱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