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 속… 속내 복잡한 저축은행 업계

입력 2023-06-20 04:06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를 바라보는 저축은행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한도가 확대되면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예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 인상 압박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 11건 계류 중이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해주는 최대 한도 금액을 말한다.

예금자보호한도는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뒤 23년째 그대로다. 그 사이 1만1563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만4658달러로 약 3배 증가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2700만원), 영국 8만5000파운드(약 1억35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1억원)까지 보호 한도를 정해놨다.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일 경우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금융학회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은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도 과거에 보호 한도를 높이자 저축은행 자산이 더 많이 증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확대되면 예보료율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보료는 금융사가 지급 불능 사태에 이르게 됐을 때를 대비해 예보가 금융사로부터 걷는 법정 부담금인데, 이미 저축은행(0.4%)은 다른 업권에 비해 2.5~5배 높은 예보료율을 부담 중이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한도가 높아져도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고객이 몰리지 않는 상황에서 예보료율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상위 10곳에 전체 자금의 80%가 몰려 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8월까지 예금자보호한도를 포함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기관의 규모와 안전성에 따라 예금자보호한도를 다르게 하는 방안, 예금 상품에 따라 다른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업권·상품 별로 다른 한도를 적용하는 해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