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 라덕연’ 방관?… 유사투자자문업 대면교육도 없이 ‘등록’

입력 2023-06-20 04:05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H투자자문 대표 라덕연씨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사투자자문업 사전신고를 위한 대면 집합교육이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도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은 교육 이수 후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것으로 완료된다. 사실상 유일한 신고 절차인 교육 과정조차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으로 대체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느슨한 등록 절차 탓에 ‘제2의 라덕연’ 같은 주가조작 세력의 출현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서 이뤄진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 사전교육’의 대면 집합교육은 2020년 2월 20일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3월 19일, 4월 16일, 5월 21일, 6월 18일 서울과 부산 등 금융투자교육원과 연수원에서 대면집합교육이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미뤄졌다. 이후 대면 교육은 한 달에 두 차례 이뤄지는 ‘이러닝 교육’ 이수로 대체된 상태다.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손쉬운 유사투자자문업 등록 절차가 더 느슨해졌다는 점이다. 유사투자자문업 등록 절차는 결격 사유(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위반자 등)만 없다면 교육 이수 후 수료증 등 서류 제출과 함께 단순 신고만 하는 게 전부다.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9년 7월 1일부터 예비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돼 있다.


느슨한 신고 문턱 때문에 유령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에 등록된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등록만 해놓은 채 활동을 멈춘 곳도 있다. 지난 1월 등록 신고한 A업체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게시글이 전무한 ‘깡통 사이트’였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구속기소된 라덕연씨는 2014년부터 유사투자자문업을 신고했다가 폐업하기를 반복하며 여러 컨설팅 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은 당국으로부터 위탁받아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온라인 수료증 현황 공개나 대면교육 재개 시점 등 의사결정에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투협과 협의해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대면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을 위한 교육이 허술해진 사이 리딩방, 유튜브, 주식카페 등을 통한 유사투자자문업이 불법 투자자문의 온상이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당국으로 이첩한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은 2020년 112건, 2021년 109건, 2022년 105건 등으로 매년 100건을 웃돌았다. 최근 한 증권사의 영업이사 B씨는 불법 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증권사 측은 의혹이 커지자 확인 절차를 진행한다면서 B씨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다만 B씨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을 뿐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