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CDMO 61조원 시장 잡아라”

입력 2023-06-20 22:11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 송도 내 건립 추진 중인 바이오의약품 제5공장의 목표 가동 시기를 2025년 4월로 기존보다 5개월 단축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일 “증가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객사 신규 계약과 기존 계약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DMO는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CDO)을 함께 일컫는 것으로, 바이오 관련 제품개발부터 분석 지원, 제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재 제약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의약품 공급 부족을 경험하면서 대륙별로 차질없이 의약품을 공급해줄 수 있는 생산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여기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Cell Gene Therapy), 메신저 리보핵산(mRNA)과 같이 개발 난도가 높은 차세대 치료제 연구 개발이 늘면서 임상시험 및 양산화 등은 CDMO에 위탁하는 것으로 추세가 바뀌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2억8000만 달러(한화 약 25조9584억원)였던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은 2028년 477억 달러(한화 약 61조5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에 발맞춰 CDMO 시장도 커지는 것이다.

전세계 CDMO 시장에서 선두 기업은 스위스의 ‘론자(LONZA)’로 2022년 기준 글로벌 전체 점유율은 20.7%다. 지난해만 375개의 신규 임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을 꾀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CDMO 기업은 ‘우시 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다. 시장 점유율은 7%대지만 전체 매출액 대비 CDMO 성장률은 전년 대비 48.4%로 증가 추세다. 일본 후지필름(FUJIFILM)의 자회사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도 CDMO 사업 매출이 같은 기간 29.2%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제2바이오 캠퍼스에 2025년 4월 가동을 목표로 생산능력 18만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5공장을 건설한다. 사진은 제2바이오 캠퍼스 조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글로벌 CD MO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론자를 맹추격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1조9800억원을 투자해 18만ℓ 규모의 5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완공 후 삼바의 총생산 능력은 78만4000ℓ로 전 세계 1위가 된다. 지난해 삼바의 글로벌 CDMO 점유율은 9.3%로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은 2조4373억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CDMO 사업 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해 기존 백신뿐 아니라 mRNA와 세포치료제 등 신규 플랫폼으로 CDMO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CDMO를 사업 모델로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항체약물접합체(ADC) CDMO 시설을 구축해 2025년 상반기에 생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그룹도 올해 완공 예정인 송도 3공장을 통해 CDMO 사업 강화에 나선다.

바이오 기업들은 CDMO 사업을 매출뿐 아니라 신약 개발을 위한 역량 축적의 기회로도 보고 있다. CDMO는 신약 개발부터 글로벌 거대 제약사와 임상에 참여할 수 있고 개발이 성공하면 수년간 생산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DMO 사업으로 매출을 늘리고 축적한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신약 기술 개발 사업에도 자연스럽게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CDMO 기업도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오는 7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 바이오 컨벤션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BIX)’ 행사에 우시 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 AGC바이오로직스(AGC Biologics) 등 한·중·일 CDMO 기업이 참가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아시아의 대표 CDMO 기업이 우리나라에 총집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CDMO 수요가 많다는 의미도 있고 국내 기업의 성장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다.

글로벌 CDMO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CDMO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전문 인력 확보 등 산업 생태계 조성 및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 본부장은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 시설의 증설에 따라 향후 5년간 생산 및 공정 인력 등 최소 수천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기업 간 유치와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자재가 원활하게 수급돼야 하고 일반의약품보다 품질 관리 수준이 높고 규제 사항이 까다로운 만큼 관련 기관의 협조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한 기자 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