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에너지 공기업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재무성과관리 항목의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높이면서다. 다만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임원들은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기획재정부가 재무위험기관의 임원 성과급을 전액 삭감하고, 발전 자회사의 임원 성과급 50%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탁월(S) 평가를 받았던 동서발전은 당시 5년간 무사고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양호(B)로 두 계단이나 강등됐다. 반면 서부발전은 보통(C)에서 두 계단 상승한 우수(A) 평가를 받아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게 됐다. 서부발전은 해외 사업에서 선전해 부채 비율이 개선됐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부채비율 149.70%로 2021년 191.08%, 2020년 176.94%와 비교해 좋은 성과를 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19일 “부채비율이 떨어지는 등 계량 지표가 좋아져서 다른 발전사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통(C) 평가 이상인데도 성과급이 깎인 공기업들은 침울한 분위기다. 재무위험기관 중 미흡(D)을 받아 성과급을 못 받는 한국전력을 제외하고 석탄공사(C), 지역난방공사(B), 가스공사(B)는 ‘보통’ 이상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돼 임원 성과급 전액이 삭감되고, 1~2급 직원은 50% 삭감 조치됐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낸 공기업 임원 역시 성과급 전부를 자율반납 하도록 권고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부발전은 성과급 50% 삭감 후 각각 잔액의 전부와 반액을 반납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맞춰 공공요금을 올리지 못한 데 따른 재무구조 악화 책임을 기관에만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재무경영 실적이 미흡한 기관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