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잠재력을 평가해 자금, 기술 지도 등 종합적 지원을 하는 글로벌 밴처캐피털(VC)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 전 세계적 긴축에 따른 경기 위축과 함께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퇴보하자 신규 투자가 얼어붙었다. 반면 한국의 스타트업 헬스케어·바이오 업종은 신규 투자 열기가 뜨겁다.
테크기업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600억 달러(약 76조6560억원) 자산을 보유한 투자회사 ‘타이거 글로벌’의 장부상 손실액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타이거 글로벌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패션 스타트업 ‘셰인’,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 등에 성공적으로 투자해온 VC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6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펀드 결성을 추진했지만 3분의 1인 20억 달러 모집에 그쳤다. 200억 달러를 유치하려던 인사이트파트너스의 펀드 모집 실적은 20억 달러에 불과했다.
스타트업 투자가 쪼그라든 건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삼고(三高)에 스타트업 몸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량한 상장 기업 주가도 빠지는데 대부분 비상장 기업인 이들이라고 예외일 순 없었다. 950억 달러짜리 기업으로 평가받은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는 몸값이 500억 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식료품 구매 대행 스타트업 ‘인스타카트’의 기업가치는 39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줄었다.
한국도 투자가 얼어붙기는 했지만 헬스케어·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주목을 받고 있다. 마크앤컴퍼니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 집계 결과 최근 두 달 내 신규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은 184곳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업종은 헬스케어·바이오였다. 제조·하드웨어, 블록체인·딥테크·AI 분야가 각각 33곳, 32곳으로 뒤를 이었다. 헬스케어·바이오 스타트업 투자는 공개된 금액만 1449억원에 달한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면스케이프’는 2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코로나19가 소비자들의 케어 서비스, 웰니스 제품 사용 등 건강관련 행동의 변화를 불러 일으켰고 투자 경향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