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에 새겨진 섬 주민의 삶… 교회 ‘인생박물관’에 걸렸다

입력 2023-06-20 03:01
관람객들이 최근 전남 여수 횡간도교회가 만든 인생박물관을 찾아 박물관 벽에 내걸린 주민들의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교회 측은 향후 주민들 사진 옆에 큐알(QR)코드를 부착해 영상으로도 주민들의 인생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횡간도교회 제공

전남 여수 횡간도는 주민 60여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주민은 대부분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평범한 어르신이지만 그들의 삶은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횡간도교회(이기정 목사)가 만든 ‘인생박물관’에 주민들의 얼굴이 걸린 것이다.

이기정 목사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섬마을에 사는 촌부의 인생도 귀하고 존경받을 만한 삶이다. 자녀와 마을 주민들이 이들의 삶을 눈여겨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인생박물관을 개관했다”고 밝혔다.

8년 전 횡간도교회에 부임한 이 목사는 성도뿐 아니라 마을 주민을 섬기는 데에 목회 초점을 맞췄다. 그가 주민 한명 한명을 만나며 사진으로 포착한 얼굴은 한 화가의 재능기부로 초상화로 탄생했다. 그는 현재 주민들의 사진과 인터뷰를 영상화하는 중이다. 이 작업을 마친 뒤 주민들 사진 옆에 큐알(QR)코드를 부착하면 관람객 누구나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 목사가 구상하는 인생박물관의 최종 완성본이다.

그는 “처음엔 주민들이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본인 얼굴과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누군가에게 감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고 있다. 인생박물관을 통해 주민 각자가 하나님이 창조한 아름다운 형상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이순창 목사) 총회가 횡간도교회와 같은 농어촌교회의 꿈에 희망을 보탰다. 예장통합 농어촌선교부와 영란선교회(이사장 최영석 장로)는 횡간도교회를 포함해 참신한 아이디어로 농어촌 복음화에 앞장서는 10개 교회와 단체를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교회와 단체는 다양한 사역으로 눈길을 끈다. 경북 포항 베들레헴교회(우병인 목사)는 카페에서 만든 빵을 독거 어르신들에게 전달한다. 매주 한 차례 1800여개를 ‘복음’에 실어 전달한다. 50여명의 봉사자와도 꾸준히 교제하고 있다.

같은 지역 성법교회(이승웅 목사)는 지난해 ‘포항시 1호 귀농귀촌의 집’을 세우고 농어촌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곧 2호를 만들어 귀농귀촌을 원하는 이들이 미리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승웅 목사는 “귀농귀촌의 집을 통해 귀농·귀촌인은 제2의 삶을 기획하고 원주민은 새로운 이들과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선교단체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생명농업생산자협회는 회원 교회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규격화와 유통 편리화를 위해 브랜드를 일원화하고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인성 사업단장은 “농어촌교회를 돕는 일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총회와 일선 교회가 적극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장통합은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후원금 전달식을 열고 각 5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