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목사가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찬수(사진)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18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정말 오래 꿈꿔 왔는데 택시 운전이 천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며 자신의 첫 택시운전 경험을 털어놨다.
이 목사는 2017년 안식월을 맞아 ‘성도들의 애환을 직접,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택시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예수를) 안 믿는 사람들이 궁금했고 무엇보다 성도들의 주중 생활이 궁금했다. 우리 성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시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도전은 그 면허증을 활용한 첫 번째 택시기사 체험이었다. 이 목사는 주로 월요일에 택시 운행을 한다.
설교에서 이 목사는 “택시에 시동을 건지 5분 만에 ‘콜(호출)’을 받았고 가까이 가 보니 스님과 두 명의 여성이 계셨는데 운전이 미숙해 바로 멈추지 못하고 지나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차를 돌려 다시 현장에 왔지만 스님과 함께 있던 여성이 전화로 “아저씨가 쑥 지나가서 다른 택시 타고 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너무 죄송하다. 오늘 처음 택시 운전을 해서 실수했다며 용서를 구했다”고 했다. 그는 “실수한 제게 그분이 ‘스마트폰으로 미리 결제한 택시 요금은 그냥 쓰라’고 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초보 기사인 이 목사는 또 실수를 했다. 이번엔 중년 여성을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차를 돌려 다시 온 이 목사에게 여성은 “아저씨는 내가 계속 손 흔드는 걸 못 봤냐”며 버럭 화를 냈다고 했다.
“아직 초보인데 서툴러서 그랬다”는 이 목사의 사과에 승객은 더 화를 냈다. 그는 “무시당할 수 있으니 다른 손님에겐 초보라고 하면 안 된다고 꾸지람하셨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말에 감동받았고 마치 어머니 같았다. 너무 고마웠다. 나를 불쌍히 여겨줬다”고 전하며 반색했다.
이 목사의 택시 운행기는 뜬금없이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이날 설교 본문(창 20:1~7)에 나오는 아비멜렉과 아브라함을 비교하며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교회에 좋은 분이 많지만 하나님을 모르는 분 중에도 정말 좋은 분, 정직한 분이 많이 계신다”며 “오늘 본문이 딱 그 상황인데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하는 아브라함이 아비멜렉에게 아내를 팔았다. 반면 이방 사람 아비멜렉은 하나님도 인정해 주시는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아비멜렉이 아브라함을 꾸짖는 상황을 거론하며) 성경만 읽고 주변 사람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사람이 있다. 주변 사람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