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병석 (17) 음악동아리 ‘도레샘’ 입단… 싱어송라이터의 삶 시작

입력 2023-06-21 03:01
그룹 여행스케치의 리더 조병석씨가 대학 시절 함께한 음악동아리 ‘도레샘’ 멤버들.

ARS 안내원의 ‘당락 해프닝’을 재미난 무용담으로 남기고 대학에 입학한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새내기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오리엔테이션에서 ‘특송’을 불러주신 멋스러운 중창팀 선배님들의 아리따운 목소리와 퍼포먼스였다. 교회에도 예배나 집회 시간에 중창을 통해 따스한 감동을 주시는 성도님들이 계셨지만, 하모니와 세련미가 넘치는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남녀 혼성 선배님들의 무대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풍부한 통기타의 선율과 보컬의 멜로디, 멋스럽게 감싸주는 화음들은 미대를 포기하고 공대에 들어온 나에게 커다란 위로를 선사했다. 당시 나는 서글픔과 아쉬움 속에서 마치 황무지 돌밭 위를 걷는 듯했다.

나는 학기 초 같은 과(산업공학과)의 단짝이 된 이기원이라는 친구를 따라 ‘도레샘’이라는 음악동아리 오디션에 우연히 참가하게 됐다. 단짝이 돼가는 기원이를 응원하는 모드로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동행했지만, 굵고 짧게 연주했던 기타의 테크닉과 따뜻한 어조의 인터뷰 과정 덕분에 가볍게 합격했다.

결국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 퀸 등 록밴드적 성향을 가진 나에겐 전자기타에서 통기타까지 음악적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는 단초가 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세계적 록음악 보컬들과 밴드를 추앙했던 나에게 통기타 중심의 중창단다운 ‘도레샘’ 동아리는 다양한 색채의 멋들을 맛보게 해줬다.

도레샘에서 나는 다양한 교훈을 얻었다. 여러 사람의 가창과 연주 속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양보’와 ‘이해’가 필수라는 해답을 깨우쳐 줬고, ‘함께’ 라는 단어의 의미와 재미를 알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

특히 이웃 대학에서도 참여가 가능했던 모교의 ‘창작 가요제’는 상금과 부상과 존재감을 얻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한마음’이라는 유명한 가수처럼 ‘도레샘’ 음악 동아리 동기와 후배가 혼성 듀엣으로 출전했고, 내가 만들어 준 신곡 ‘소녀의 꿈’은 당당하게 대상을 차지했다.

함께 울고 웃고 장난치고 떠들다 싸우기도 하고, 다시 또 화해하며 걸어왔던 공동체. 학과 수업은 뒤로 한 채 날마다 사랑방이 되어준 음악 동아리 ‘도레샘’ 선후배님들과 동기생들은 이렇게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특별히 ‘소녀의 꿈’을 듀엣으로 불러 대상을 수상했고 그 상금으로 전체 회식까지 시켜준 듀엣에게 “성희와 동민아 고마워”라는 따스한 말도 이참에 전하고 싶다.

중3 때 만들었던 첫 습작, ‘그래 그래’ 이후 작곡가의 길로, 싱어송라이터의 방향으로 지금까지 살게 한 값진 시작이 됐음을 고백한다. 현재까지 30년 이상 함께 달려온 녀석들, 그리고 ‘여행스케치’의 데뷔곡이자 히트곡 ‘별이 진다네’를 멋지게 불러준 멤버 남준봉. 죽마고우와 같은 동반자 준병이도 ‘도레샘’의 후배였다. 지금도 곰곰이 다시 생각해봐도 “주님께서 다 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