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의 장기 후유증, 이른바 ‘롱 코비드’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공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코로나 후유증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확진자 10명 가운데 3명꼴(29.6%)로 4주 이상 후유증을 겪으며 많이 경험하는 후유증 중 하나가 기침·가래로 분석됐다. 실제 코로나 후유증으로 한 달 넘는 만성 기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병·의원을 많이 찾고 있다.
지금까지 롱 코비드 만성 기침의 특성·치료 관련 연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선 일반 감기약이나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처방이 주로 이뤄지고 상당수 환자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의료진이 롱 코비드 만성 기침의 효과적 치료 지침이 될만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코로나로 만성 기침을 겪는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천식성 기침’ 소견을 보였고 그에 준해 스테로이드 흡입기 같은 치료가 적절히 안 이뤄질 경우 쌕쌕거림·호흡곤란을 보이는 ‘전형적인 천식’으로 질환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 중앙대광명병원 박소영 교수팀은 롱 코비드 만성 기침 환자 121명과 일반 만성 기침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기관지 염증 정도를 측정하는 ‘호기산화질소(FeNO)’ 검사를 시행한 결과, 롱 코비드 만성 기침 환자의 44.7%가 천식성 기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만성 기침 환자들(22.7%) 보다 배 가량 높았다. 성인의 경우 보통 3~8주 기침이 지속될 시 ‘아급성’, 8주 이상이면 ‘만성’으로 간주된다. 소아는 3주 넘게 계속되면 만성 기침에 해당된다.
천식은 초기에 전형적 증상인 쌕쌕거림이나 숨참 없이 기침이 두드러진다. 송 교수는 19일 “기침은 기관지에 염증이 생김으로써 발생한다. 염증은 단순 폐기능 검사로는 알 수 없고 호흡 속의 산화질소 측정을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롱 코비드 만성 기침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흡입기를 활용한 천식 치료를 시행한 결과 약 83%에서 한 달 뒤 유의미하게 기침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또 치료 후 만성 피로, 수면 장애, 두통 같은 동반 증상이 줄었고 삶의 질 점수(EQ-VAS)도 치료 전 평균 63점에서 74점으로 개선됐다.
송 교수는 “천식은 감기에 걸린 후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후에도 잠재돼 있던 천식이 더 쉽게 발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침 환자들이 많이 찾는 일선 호흡기클리닉의 경우 호기산화질소검사 장비가 많이 보급돼 있지 않은 만큼, 롱 코비드 만성 기침을 겪고 있다면 해당 장비가 있는 대학병원 등에서 검사 받아보고 스테로이드 흡입기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고려해 볼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