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에도 “콜록콜록”… 만성 기침 환자 절반은 초기 천식

입력 2023-06-19 20:09
롱 코비드 만성 기침 진단을 위한 호기산화질소 검사 장면.

코로나19 감염의 장기 후유증, 이른바 ‘롱 코비드’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공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코로나 후유증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확진자 10명 가운데 3명꼴(29.6%)로 4주 이상 후유증을 겪으며 많이 경험하는 후유증 중 하나가 기침·가래로 분석됐다. 실제 코로나 후유증으로 한 달 넘는 만성 기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병·의원을 많이 찾고 있다.

지금까지 롱 코비드 만성 기침의 특성·치료 관련 연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선 일반 감기약이나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처방이 주로 이뤄지고 상당수 환자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의료진이 롱 코비드 만성 기침의 효과적 치료 지침이 될만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코로나로 만성 기침을 겪는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천식성 기침’ 소견을 보였고 그에 준해 스테로이드 흡입기 같은 치료가 적절히 안 이뤄질 경우 쌕쌕거림·호흡곤란을 보이는 ‘전형적인 천식’으로 질환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 중앙대광명병원 박소영 교수팀은 롱 코비드 만성 기침 환자 121명과 일반 만성 기침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기관지 염증 정도를 측정하는 ‘호기산화질소(FeNO)’ 검사를 시행한 결과, 롱 코비드 만성 기침 환자의 44.7%가 천식성 기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만성 기침 환자들(22.7%) 보다 배 가량 높았다. 성인의 경우 보통 3~8주 기침이 지속될 시 ‘아급성’, 8주 이상이면 ‘만성’으로 간주된다. 소아는 3주 넘게 계속되면 만성 기침에 해당된다.

천식은 초기에 전형적 증상인 쌕쌕거림이나 숨참 없이 기침이 두드러진다. 송 교수는 19일 “기침은 기관지에 염증이 생김으로써 발생한다. 염증은 단순 폐기능 검사로는 알 수 없고 호흡 속의 산화질소 측정을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롱 코비드 만성 기침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흡입기를 활용한 천식 치료를 시행한 결과 약 83%에서 한 달 뒤 유의미하게 기침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또 치료 후 만성 피로, 수면 장애, 두통 같은 동반 증상이 줄었고 삶의 질 점수(EQ-VAS)도 치료 전 평균 63점에서 74점으로 개선됐다.

송 교수는 “천식은 감기에 걸린 후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후에도 잠재돼 있던 천식이 더 쉽게 발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침 환자들이 많이 찾는 일선 호흡기클리닉의 경우 호기산화질소검사 장비가 많이 보급돼 있지 않은 만큼, 롱 코비드 만성 기침을 겪고 있다면 해당 장비가 있는 대학병원 등에서 검사 받아보고 스테로이드 흡입기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고려해 볼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