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뇌출혈 ‘골든타임’ 중요
언제든지 응급 시술·수술 가능
‘병원 안 병원’ 상시 병상 확보
백업 시스템으로 의료 공백 없애
언제든지 응급 시술·수술 가능
‘병원 안 병원’ 상시 병상 확보
백업 시스템으로 의료 공백 없애
송태진 이대뇌혈관병원장 인터뷰
“뇌혈관 전문 신경과, 신경외과 교수 7명이 24시간 365일 대기하며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언제든지 응급 시술·수술이 가능합니다.” 이대서울병원이 최근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뇌혈관 치료 전담 뇌혈관병원을 개소하고 본격 진료를 시작했다. 뇌경색과 뇌출혈, 뇌혈관기형 등 생명과 직결되는 뇌혈관질환의 필수 의료 대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송태진 이대뇌혈관병원장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24시간 365일 뇌혈관 지킴이’가 슬로건”이라며 “신경과 신경외과를 주축으로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와 유기적 협진은 물론, 환자 퇴원 이후 후유증 최소화를 위해 재활의학과 전문의 진료까지 맞춤형으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신경과 전문의인 송 병원장은 뇌혈관질환과 두통 명의로 알려져 있다. 2019년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의 뇌졸중센터를 3년여 만에 전국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송 병원장과의 일문일답.
-왜 뇌혈관병원인가.
“뇌경색·뇌출혈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회복이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진단과 치료, 즉 ‘골든타임 내’에 적절하게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뇌혈관질환은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응급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잦다. 하지만 인력·시설 등의 한계로 긴급하게 시술·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종종 생기고 있다. 이들이 언제든 적절한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게 목표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됐던 뇌혈관질환 치료 시스템 문제가 고려된 건가.
“대형병원 뇌졸중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국내 뇌혈관 치료 체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개인적 의견으로 이런 문제가 전체 의사 수 부족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중증·응급질환 진료 의사는 부족한 게 맞는다. 이런 현실이 초래된 데는 중증·응급질환 진료에 대한 형편없는 저수가 정책, 뇌혈관·심장·산과·소아응급질환 등 치료에 있어 무과실 및 불가항력적 상황에서의 의료분쟁 발생 시 형사처벌을 하거나 국가에서 책임지지 않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돼 있다. 의사가 돼 해당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싶지 않게 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화의료원은 만성적인 적자,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뇌혈관병원을 설립했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우수한 전문가를 영입했으며 그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췄다.”
-다른 곳과 차별점은.
“뇌혈관병원은 ‘병원 안 병원’이다. 이대서울병원 3층 내 한 구역을 뇌혈관질환자 치료를 위한 독립공간으로 만들었다. 또 1층 응급실 내에 뇌혈관 등 급성 혈관질환 전용 병상을 10개 안팎 마련해 놓고 있다. 응급실이 꽉 차도 뇌혈관 환자를 위해 1~2개 병상은 늘 비어 있도록 119구급대와 사전 연락을 통해 미리 확보한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응급 조치 후 3층 뇌혈관병원으로 옮기는데, 이곳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1인실로만 구성된 신경계 집중치료실 병상 25개가 갖춰져 있다. 5층과 10층의 입원 병상을 합쳐 뇌혈관질환자 병상은 150개 안팎이다.”
-중요한 것이 전문 의료진 운용인데.
“뇌혈관·목동맥 중재 치료(시술)가 가능한 신경과 교수 4명, 개두 수술 및 뇌혈관내 치료(코일 색전술 등) 전문 신경외과 교수 3명이 주야간으로 나눠 근무하거나 온콜(병원 근처에서 대기)에 대비한다. 현재 신경과와 신경외과 전공의(레지던트)는 각 1명 밖에 없다. 이대서울병원이 생긴 지 3년 밖에 안돼 전공의 배정이 여의치 않다. 그래서 교수들이 상주하며 응급 상황에 공백이 없도록 하고 있다. 근무 강도가 셀 수밖에 없지만 ‘24시간 365일 뇌혈관 지킴이가 되자’는 취지에 모두 공감해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다. 누군가 휴가나 학회 참석 시에도 백업 시스템이 철저히 이뤄져 지금까지 응급 환자를 받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환자가 도착하면 패스트 트랙을 통해 1시간30분 안에 검사와 진단을 마치고 시술·수술 단계로 넘어가도록 한다. 이런 이유로 기존 뇌졸중센터는 서울시에서 급성기 뇌졸중 환자 진료 건수가 가장 많은 병원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뇌혈관 환자 신속 치료 위한 노력은.
“뇌혈관질환의 골든타임은 병원 도착 기준으로 뇌경색인 경우 4시간30분 이내가 원칙이다. 하지만 3시간 안에는 와야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 치료와 검사 등 대처가 원활하다. 뇌출혈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런데 실제 골든타임 내 도착 뇌졸중 환자는 1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 상당수 환자는 119를 통해 바로 오지만 일부는 다른 병원에 갔다가 병상이나 시술·수술 의사가 없어 의뢰된다. 3년 전 병원 개원때부터 경기 서남부권 병원장들을 찾아다니며 우리의 뇌혈관 치료 시스템을 설명하고 응급 환자 발생 시 보내달고 요청해 왔다. 지금은 해당 병원 신경과, 신경외과장들이 직접 나한테 환자 의뢰 전화를 준다. 또 센터가 알려지면서 경기도 양평이나 구리, 강원도 홍성 등지 병원의 환자가 오기도 한다. 뇌졸중 환자는 치료 가능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게 맞지만, 그런 시스템이 안돼 있다면 교통이 워낙 잘 돼 있는 만큼, 전국 어디서든 우리 뇌혈관병원을 활용했으면 한다.”
-전인적 뇌혈관 치료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뇌혈관병원의 궁극적 목표는 뇌혈관 관련 진단과 치료·재활·예방까지 원스톱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응급 치료 뿐 아니라 뇌동정맥 기형, 뇌동정맥류 등 복잡한 뇌혈관기형에 대해서도 최신 방사선 수술 기기(트루빔)를 활용해 비침습적 뇌수술이 가능하다. 뇌혈관 시술과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수술방도 1개 갖추고 있다. 아울러 뇌손상 후 신체 마비와 인지 기능 저하 등에 대한 재활 치료로 환자들의 일상 복귀를 돕는다.”
-대동맥혈관병원도 문 연다고 들었다.
“19일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의 진료를 시작했다. 심장에서 온 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이 파열되는 대동맥박리증은 뇌혈관질환처럼 분초를 다투는 초응급질환이다. 고령화로 뇌졸중이나 대동맥박리증 등 심뇌혈관질환 유병률이 높아지고 발병 연령층은 낮아지고 있다. 뇌혈관과 대동맥, 두 특화 병원을 통해 급성 혈관질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