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규제 공백과 관련 산업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단적인 사례는 문재인정부 때 추진했던 온라인플랫폼 규제 방안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격화되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최근 윤석열정부가 자율규제 기조에서 온라인플랫폼법을 추진하면서 또다시 해당 부처 간 협업 부재에 따른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18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갑을 관계는 자율규제로 하지만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은 법안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국내외 5~6개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가 적발되면 임시중지명령을 내리는 고강도 규제 방안이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의원 입법 형태로 ‘윤석열정부 온플법’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법이 발의되기도 전이지만 공정위는 타 부처 견제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비공개 당정협의 자료에서 “플랫폼법 추진 결정 시 관계 부처와 국회 상임위원회 간 이견 가능성을 사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으로 과기부와 방통위를 언급하면서 “두 부처가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독과점 규율 내용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세 부처는 지난 정부 때와 같이 모두 자신이 플랫폼 규제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갑질’을 하면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된 만큼 공정위가 규제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와 과기부는 플랫폼 사업자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각 부처가 입법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이 기간통신사업자 위주로 돼 있는 만큼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둔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방통위는 지난 2021년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에 힘을 실어왔다. 반면 과기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플랫폼 이용자 보호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국회에서 온플법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들 부처의 알력 싸움이 ‘입법 대리전’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플랫폼업계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말 국민을 위해 이들 부처가 주도권을 쥐려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