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1급 간부 인사 논란과 관련해 김규현 국정원장의 거취 문제를 우선하기보다는 진상 파악이 먼저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인사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원장의 경질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인사 논란이 김 원장의 거취 문제로 옮겨붙을 경우, 사안의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어 국정원 조직 안정을 위해 ‘로키’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8일 “윤 대통령은 김 원장의 거취 문제를 서둘러 판단하기보다는 진상 파악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원장을 지금 교체하는 것은 국정원을 더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일이라 김 원장을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후임자와 관련해 대안이 없다”며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진상 규명이 중요하다는 윤 대통령의 철학도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는 이달 초 1급으로 승진한 간부 7명이 1주일 만에 승진이 철회되고 대기 발령 조치를 받으면서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1급 인사를 재가했으나, 인사에 특정 인물이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뒤늦게 접하고 지난 12일 인사 재가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인물은 김 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A씨다. 그는 이달 초 1급으로 승진했다가 대기 발령 조치를 받은 7명 중 하나이며, 전임 문재인정부에선 중용되지 못하고 좌천됐던 인물이다. 불법 사찰 등에 연루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측근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A씨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김 원장의 측근으로 부활해 국정원 인사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베트남 순방 일정(19~24일)을 마무리한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진상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관의 인사는 그 자체가 기밀인데,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불필요한 논란을 부른 만큼 진상 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문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원이 서둘러 안정을 찾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사 논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은 소리 없기는커녕 인사 파동, 알력 다툼을 생중계하며 연일 가장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국가기관이 됐다”면서 “내부 알력 싸움으로 연일 ‘소리 나는’ 국정원, ‘소리 없이’ 일하는 국가기관 맞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뒤죽박죽 인사, 모두 윤 대통령이 재가한 것 아니냐. 대통령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 이제라도 좀 성찰해 보라”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