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김규현 진상파악 우선… 국정원 안정 위한 ‘로키’ 대응 전략

입력 2023-06-19 04:04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1급 간부 인사 논란과 관련해 김규현 국정원장의 거취 문제를 우선하기보다는 진상 파악이 먼저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인사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원장의 경질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인사 논란이 김 원장의 거취 문제로 옮겨붙을 경우, 사안의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어 국정원 조직 안정을 위해 ‘로키’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8일 “윤 대통령은 김 원장의 거취 문제를 서둘러 판단하기보다는 진상 파악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원장을 지금 교체하는 것은 국정원을 더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일이라 김 원장을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후임자와 관련해 대안이 없다”며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진상 규명이 중요하다는 윤 대통령의 철학도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는 이달 초 1급으로 승진한 간부 7명이 1주일 만에 승진이 철회되고 대기 발령 조치를 받으면서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1급 인사를 재가했으나, 인사에 특정 인물이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뒤늦게 접하고 지난 12일 인사 재가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인물은 김 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A씨다. 그는 이달 초 1급으로 승진했다가 대기 발령 조치를 받은 7명 중 하나이며, 전임 문재인정부에선 중용되지 못하고 좌천됐던 인물이다. 불법 사찰 등에 연루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측근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A씨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김 원장의 측근으로 부활해 국정원 인사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베트남 순방 일정(19~24일)을 마무리한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진상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관의 인사는 그 자체가 기밀인데,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불필요한 논란을 부른 만큼 진상 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문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원이 서둘러 안정을 찾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사 논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은 소리 없기는커녕 인사 파동, 알력 다툼을 생중계하며 연일 가장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국가기관이 됐다”면서 “내부 알력 싸움으로 연일 ‘소리 나는’ 국정원, ‘소리 없이’ 일하는 국가기관 맞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뒤죽박죽 인사, 모두 윤 대통령이 재가한 것 아니냐. 대통령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 이제라도 좀 성찰해 보라”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