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구 중심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허용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구시 공무원들이 무대 설치 차량의 행사장 진입을 막아서자 경찰이 길을 터주기 위해 나섰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지자체와 경찰이란 두 공권력이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놓고 충돌했는데 당혹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켜본 이들이 “별 희한한 상황” “해외 토픽감”이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그들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양측의 충돌은 해당 집회 장소의 도로 점용 여부에 대한 견해차로 인해 벌어졌다. 경찰은 집회 신고를 접수한 후 행사 장소인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를 통과하는 노선버스의 우회를 요청했는데 대구시는 주최 측의 도로 사용이 ‘불법 점용’이라 협조할 수 없다고 맞섰다. 대구시는 공권력을 동원해 도로를 점용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예고했고 경찰은 이런 행정대집행은 무리라며 반대했다. 행정기관들이 특정 사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게 통상적인 해법인데 대구시와 경찰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8일 SNS에 관련 글을 올린 것을 보면 갈등이 시작된 건 일주일도 더 전의 일인데 양측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견을 조율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서로 제 입장만 고집하며 시간만 끌다 공권력 간 충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맞았다.
이번 일이 벌어진 이면에는 2009년부터 15년간 퀴어축제에 반대해온 시민과 상인들의 불만이 있었다. 동성애 조장과 극심한 교통정체 유발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고, 이 여론을 홍 시장이 시정에 반영해 도로 점용을 불허한 것이다.
공권력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건 개탄할 일이다. 이런 지자체와 경찰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고 공권력 행사를 맡길 수 있겠나. 홍 시장은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법적 판단을 받고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유야무야 넘길 사안이 아니다. 행정기관 신뢰가 걸린 사안인 만큼 정부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집시법에는 집회 장소의 도로 점용 문제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논란이 되는 사안이므로 관련 규정이나 지침을 정비해 공권력 충돌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