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년째 대구 퀴어행사 불만 폭발… 결국 공권력 간 충돌까지

입력 2023-06-19 04:03
17일 오전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인근에서 퀴어문화축제 측 무대차량 진입을 위해 교통 정리에 나선 경찰관들과 이를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경찰 뒤쪽으로 무대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대구 중심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허용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구시 공무원들이 무대 설치 차량의 행사장 진입을 막아서자 경찰이 길을 터주기 위해 나섰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지자체와 경찰이란 두 공권력이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놓고 충돌했는데 당혹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켜본 이들이 “별 희한한 상황” “해외 토픽감”이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그들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양측의 충돌은 해당 집회 장소의 도로 점용 여부에 대한 견해차로 인해 벌어졌다. 경찰은 집회 신고를 접수한 후 행사 장소인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를 통과하는 노선버스의 우회를 요청했는데 대구시는 주최 측의 도로 사용이 ‘불법 점용’이라 협조할 수 없다고 맞섰다. 대구시는 공권력을 동원해 도로를 점용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예고했고 경찰은 이런 행정대집행은 무리라며 반대했다. 행정기관들이 특정 사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게 통상적인 해법인데 대구시와 경찰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8일 SNS에 관련 글을 올린 것을 보면 갈등이 시작된 건 일주일도 더 전의 일인데 양측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견을 조율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서로 제 입장만 고집하며 시간만 끌다 공권력 간 충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맞았다.

이번 일이 벌어진 이면에는 2009년부터 15년간 퀴어축제에 반대해온 시민과 상인들의 불만이 있었다. 동성애 조장과 극심한 교통정체 유발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고, 이 여론을 홍 시장이 시정에 반영해 도로 점용을 불허한 것이다.

공권력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건 개탄할 일이다. 이런 지자체와 경찰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고 공권력 행사를 맡길 수 있겠나. 홍 시장은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법적 판단을 받고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유야무야 넘길 사안이 아니다. 행정기관 신뢰가 걸린 사안인 만큼 정부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집시법에는 집회 장소의 도로 점용 문제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논란이 되는 사안이므로 관련 규정이나 지침을 정비해 공권력 충돌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