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개월째 일본 오염수 방류 논쟁만 벌이는 정치권

입력 2023-06-19 04:01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 탱크. 연합뉴스

정치권이 3개월째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무능을 공격하고,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주장을 괴담으로 일축하며 오염수 방류는 문제없다는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주체는 일본인데, 우리 정치권이 둘로 갈라져 싸우는 셈이다. 정치권이 전면전을 벌이자 국민의 불안감만 커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어제 “오염수 투기에 맞서 우리의 바다와 밥상을 꼭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인천 부평역 장외집회에 참석해 “오염수가 아니라 핵 폐수라고 불러야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우리 정부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략적인 선동에 가깝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문재인정부 당시인 2021년 결정됐다. 문재인정부는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도 하지 않았고, 일본과 오염수 방류 문제를 협의하지도 않았다. 여러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친일 성향이라서 오염수 방류를 막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지난주 열렸던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한덕수 총리에게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느냐”고 집요하게 질문했다. “직계가족과 같이 드시라”고도 권유했다. 낯부끄러운 행태다.

정부·여당의 대응도 문제다.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쳐진 측면이 없지 않다.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다’는 민주당 주장에 맞서 ‘오염수는 안전하다’고 말하는 꼴이다. 초유의 소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유통업계가 방사능 검사기를 도입하는 것은 민주당의 선전·선동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오염수 대책을 믿기 어렵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오염수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선동이나 무조건 야당 탓이 아니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철저한 대책이다.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우리 해역은 안전하다는 점을 검증해야 하고, 오염수 방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일본에 우리 국민의 우려를 전달하고 목소리도 높여야 한다. 당정이 이날 해양 방사능 조사 지점을 확대하고, 세슘·삼중수소 농도 분석 주기를 단축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사회는 2008년 미국산 광우병 파동, 2016년 사드 전자파 논란 당시 정치권의 선동으로 인한 폐해를 경험했다. 오염수 문제만큼은 대결이 아닌 대책 마련에 정치권이 힘을 모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