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누수 문제로 다투다 70대 노인 살해하고 방화

입력 2023-06-19 04:04

아랫집에 살던 70대 노인을 층간 누수 문제로 다투다가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가 도주 나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8일 0시22분쯤 살인 및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30대 정모씨를 체포했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9시40분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서 아래층 입주민인 70대 A씨를 살해하고 집에 불까지 지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화재 당시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찰은 시신에 남아 있던 상처와 방어 흔적 등을 근거로 A씨가 불이 나기 전 살해됐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입주민 탐문조사와 CCTV 등을 확인해 3층에 살던 정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는 화재 후 유일하게 집에 들어오지 않은 입주민이었다. 정씨는 사건 당일 애초 살해할 마음을 먹고 자기 집에서 흉기를 챙겨 A씨를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평소 A씨와 층간 누수를 이유로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고 한다. 그는 또 증거 인멸을 목적으로 방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범행 후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휴대전화를 아예 두고 움직였으며, 현금만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택시와 지하철에 탑승하면서 자신 명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양천경찰서는 형사 35명을 투입해 정씨가 하차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인근의 CCTV를 확인했고, 결국 강북구 한 모텔에 은신해 있던 그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