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치료 환자, 재발 여부 가늠할 길 열리나

입력 2023-06-19 19:01

뇌경색을 겪은 후 재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뇌혈관을 막은 혈전(피떡)의 성질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정민 교수팀과 중앙대병원 홍순억 교수팀은 2017년 2월~2020년 1월 혈전 제거술을 받은 급성 뇌경색 환자 46명의 혈전 조직 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신경중재 수술(JNIS)’ 최신호에 보고했다.

‘허혈성 뇌졸중’으로 불리는 뇌경색은 막힌 혈관을 신속히 다시 뚫는 ‘동맥 내 혈전 제거술’을 통해 치료한다. 이 시술을 받은 10명 중 2~3명은 5년 안에 혈관 사건이 다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을 약 16.8개월 추적 관찰해 혈관 사건 재발군(13명)과 재발이 없는 대조군(33명)으로 구분하고 혈전 특성을 비교했다. 모든 환자는 혈전 제거술 후 적절한 항혈소판제 또는 항응고제 치료를 유지했다.

연구 결과 재발군의 혈전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인자인 ‘PDL1’ 발현이 줄었고 선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H3Cit’ 발현이 증가했다. 즉 혈전에서 2차 면역반응 억제 신호가 감소하고 선천 면역반응 신호가 증가한 뇌경색 환자는 치료 후 혈관 사건 재발에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조직 손상 후 초기 염증반응을 시작한다고 알려진 ‘HMGB1’ 발현은 대조군에 비해 재발군의 혈전에서 줄었다. 염증 반응 관련 HMGB1 발현이 감소했을 때 오히려 혈관 사건이 재발한다는 결과로, 기존 가설과는 달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이 재발군의 혈전에서 관찰된 3가지 표현형(PDL1 감소, H3Cit 증가, HMGB1 감소)을 종합해 산출한 점수는 성별·연령 등 변수를 보정한 후에도 혈관 사건 재발을 독립적으로 예측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민 교수는 19일 “혈전 정보에 기반한 차별화된 치료 전략을 수립하면 뇌경색 환자의 예후를 보다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