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시는 경북도와 함께 2021년 7월 APEC 유치를 공식 표명했다. 그동안 APEC 유치 범도민 추진위위회를 발족하고 APEC 경주유치 기원 콘서트, 한·중·일 3개국 협력사무국 언론인은 물론 정·재계, 법조계, 문화계, 학계, 외교 등 여러 통로를 통해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태평양 연안의 21개국 정상·각료 등 6000여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참가 21개국 인구는 약 30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0%, 국내총생산(GDP)는 61.5%, 교역량은 50.4%를 육박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다.
한국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2005년 부산 개최 후 20년 만이다. 지금까지 경주를 비롯해 인천, 제주, 부산 등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유치전을 펴고 있다. 개최 도시는 올해 11월 결정된다.
경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다. 불국사, 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점, 국가문화재 36점, 사적 77점 등을 보유한 전통문화 유산의 보고다. 유명 여행책자 론니플래닛은 물론이고 내셔널지오그래픽, 타임지 등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꼭 가봐야 할 세계 100대 관광도시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경주를 소개하고 있다.
경주시는 우리나라의 5000년 유구한 역사·문화를 소개하고 지방시대 국가 균형발전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지임을 내세우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유치를 통해 신라 천년고도의 위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월성·황룡사·동궁과월지 등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를 2025년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의 경제산업 발전상을 알릴 수 있는 인프라도 풍부하다. 경주는 최근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유치를 비롯해 한수원, 원전,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양성자가속기센터, 중수로해체연구원, e-모빌리티 연구단지 등 원전·자동차 첨단과학도시로 급부상 중이다. 또 인접한 울산의 완성차·조선, 포항의 철강·2차전지, 구미의 전자·반도체산업, 안동의 바이오산업을 개발도상국에 세일즈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경주는 각국 정상의 경호와 안전을 위한 입지 여건이 우수하다.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가 있는 보문단지는 반경 1.5㎞ 이내 고층건물이 적고 산이 둘러싼 항아리 모양으로 통제가 용이하다. 2005년 부산에서 APEC이 열렸을 때도 한·미 정상회담은 보문단지에서 열렸다. 경호에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국제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각종 기반시설도 풍부하다. 지난해 12월 비즈니스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된 화백컨벤션센터와 보문단지 일원 178만㎡는 새로운 회의시설을 지을 필요가 없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보문단지는 특급호텔 등 354곳, 1만1405실의 숙박시설이 있다. 이 중 10곳 164실은 정상용 숙소로 활용이 가능하다. 모든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어 이동 동선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교통 접근성도 편리하다. 경주는 1시간 거리에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김해공항과 40분 거리에 울산공항과 포항경주공항이 있다. 또 KTX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 만에 접근할 수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19일 “APEC 유치로 1조원에 육박하는 생산유발효과와 50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 효과, 8000여명의 취업유발 효과를 비롯해 국제 마이스 관광도시 위상 제고 등 경주의 백년대계를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낙영 경주시장
“지방 중소도시 성공개최 의구심은 기우”
“지방 중소도시 성공개최 의구심은 기우”
주낙영(사진) 경북 경주시장은 19일 “APEC 정상회의가 단순히 회의만 한다면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편리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면 반드시 경주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경주를 비롯해 부산, 인천, 제주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경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광역지자체다. 경주시는 3월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유치의 당위성과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를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 시장은 “표면상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APEC 정상회의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관례”라며 “일각에서 지방 중소도시에서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했다.
경주시는 그동안 APEC 에너지장관회의, APEC 교육장관회의, 세계물포럼 등 총 16회의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또 경호와 접근성이 뛰어나고 원전·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시찰이 가능한 것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경주는 APEC의 비전인 포용적 성장가치와 정부의 국정철학인 지방시대 실현에 가장 부합하는 최적의 도시”라면서 “21개국 정상이 참가하는 국제회의를 통해 우리의 5000년 유구한 역사·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곳이 경주”라고 설명했다. 특히 “APEC이 개최될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 최절정기로 세계 정상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석굴암, 동궁과 월지, 대릉원, 첨성대 등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진다면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